새해 예산안 8조원대 증액… ‘지역구 챙기기’ 시작됐다

입력 2011-11-21 00:25

국회가 당초 정부가 제출한 새해 예산안을 8조원 이상 증액시킨 것으로 20일 파악됐다. 15개 국회 상임위(정보위원회 제외)별 2012년 예산안 예비심사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은 총 326조1000억원이었으나 예산심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8조6499억원이 늘어났다. 내년 총선을 앞둔 국회의원들의 노골적인 ‘지역구 챙기기’가 시작됐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장 큰 폭으로 증액이 이뤄진 곳은 지역개발사업이 몰려 있는 국토해양위원회로 증액 규모는 3조5321억원에 달했다. 이 가운데 49%에 해당하는 1조7345억원이 도로·철도 예산에서 늘었으며 증액 사유는 ‘조기 개통을 위한 사업비 반영’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추가 반영’ 등이었다. 예결위 관계자는 “총선이 열리는 내년 4월 전까지 최대한 빨리 사업을 끝내야 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이 당 차원에서 증액시킨 사업 예산도 눈에 띈다. 정책위가 도시정비사업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재정비촉진지구(뉴타운) 기반시설 지원금으로는 정부예산안 650억원을 크게 웃도는 2000억원을 책정했고, 도시재생사업에는 1000억원의 예산을 새로 반영했다. ‘4대강 후속사업’ 논란이 일었던 국가하천정비 예산은 야당의 삭감 요구에도 불구하고 정부안보다 382억원이 늘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기초노령연금 관련 예산, 보육 예산(각각 5876억원, 1774억원 증액) 등을 중심으로 1조385억원이 확대됐다. 여야가 ‘복지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관련 예산이 대폭 늘어난 것이다. 한나라당은 또 전 계층을 대상으로 0∼4세의 보육료를 지원하고 65세 이상 노인에게 지급하는 기초노령연금을 월 9만4000원에서 11만3000원으로 인상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어서 복지예산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농림수산식품위원회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피해보전 예산 3403억원을 포함해 소관기관의 예산 총액을 총 5774억원 늘렸고 국방위원회도 국방전력 개선사업 등 7056억원 규모의 예산을 증액했다.

상임위를 통과한 예산안에 대한 본격적인 증액·감액 심사는 21일부터 가동되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서 이뤄지게 된다. 소위 소속 의원들에게는 민원성 예산 청탁인 이른바 ‘쪽지’가 전달되는 등 지역구 이기주의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회 관계자는 “결국 늘 그렇듯 (지역구 예산을 늘리기 위해) 국방부의 덩어리 큰 예산 중 일부를 줄이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소위에서는 제주 해군기지사업, 대학등록금·무상급식 지원 예산 등 여야 입장이 다른 항목에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