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94) 스마트폰 ‘창덕궁 이야기’

입력 2011-11-20 17:46


조선왕조 법궁(法宮)인 경복궁의 별궁으로 태종 때 건립된 창덕궁(사적 제122호)은 서울시내 고궁 가운데 유일하게 1997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답니다. 인정전(仁政殿) 등 전각과 옥류천(玉流川) 등 후원으로 볼거리가 가득한 역사·문화·관광의 명소이지요. 43만여㎡의 창덕궁 권역을 문화유산해설사의 안내 없이 둘러보려면 쉽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혼자서도 창덕궁 곳곳을 관람할 수 있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창덕궁 이야기(사진)’가 최근 개발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유관람, 일반 테마관람, 후원 테마관람 등 코스별로 안내하는 ‘창덕궁 이야기’는 국문 영문 중문 일문 등 4가지 언어별로 제작돼 내국인은 물론이고 외국인도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답니다.

자유관람 코스의 주제는 ‘건물과 공간’으로 창덕궁 내 각 권역을 구성하고 있는 전각을 소개하고, 이에 얽힌 역사·문화·인물 정보를 제공합니다. 일반 테마관람 코스는 ‘건물과 사람’을 주제로 영조와 정순왕후, 순조의 아들인 효명세자, 실학자 정약용이 각 건물에 얽힌 자신들의 삶을 들려줍니다. 영조와 정순왕후의 목소리는 탤런트 최수종 하희라 부부가 맡았답니다.

왕의 테마에서는 영조의 내레이션을 통해 왕위 계승식, 궁중조회인 상참의, 제례 등 의식을 이야기하고 국정보고 및 학문토론이 이뤄지던 선정전(宣政殿·보물 제814호), 외교사절단을 맞이하던 희정당(熙政堂·보물 제815호), 사생활 공간인 낙선재(樂善齋) 등을 안내합니다. 왕비 테마에서는 왕비 간택 절차와 궁중혼례, 수렴청정에 대해 자세하게 소개하고 있습니다.

세자 테마에서는 세자 책봉례와 대리청정에 관해 들려주고 세자의 공간이었던 승화루(承華樓)로 안내하지요. 또 신하의 테마에서는 신참 관리 정약용을 통해 관리들의 등청 모습과 업무 환경을 설명하고 규장각 빈청 호위청 등 다양한 기관에 대한 정보를 알려줍니다. 후원 테마관람 코스는 ‘건물과 문학’을 주제로 각 공간의 특성을 문학작품과 연계시켜 들려주고요.

‘영상으로 보는 창덕궁 이야기’ 코너에서는 곳곳의 아름다운 풍경과 흥미로운 스토리가 담긴 사진과 이미지를 보여준답니다. 과거 세자의 생활 공간이었으나 지금은 터만 남은 중희당(重熙堂), 그 안에 설치됐던 해시계와 측우기의 모습을 통해 조선시대 문명의 흔적을 느낄 수 있습니다. 100년 만에 복원된 주합루(宙合樓) 취병(翠屛·식물로 만든 울타리)도 볼거리랍니다.

고궁을 관람하면서 촬영한 사진과 사연들을 저장·관리할 수 있는 ‘나의 창덕궁’ 코너는 추억의 수장고나 다름 없습니다. GPS(위성항법장치) 기능을 활용해 관람객의 동선을 따라 자동으로 안내하는 ‘창덕궁 이야기’는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 버전에 이어 다른 스마트폰까지 확대될 예정이랍니다. 깊어가는 가을에 스마트 가이드로 창덕궁의 속살을 들여다보는 산책은 어떻습니까.

문화생활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