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 ‘고대 유물·현대 미술의 앙상블’… 가평 앙크바르만 아트하우스

입력 2011-11-20 22:10


미국 뉴욕 플랫대학 및 대학원을 졸업하고 국내외에서 잇따라 전시를 여는 등 화가로 활동해온 김 대표가 고대 문명의 유물을 수집하기 시작한 것은 30년 전이다. 해외 여행 중에 마야·잉카 등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유물들을 접하게 된 그는 “원시적이면서도 현대적인 조형성을 갖춘 이것이야말로 화가들에게 영감의 원천”이라는 생각이 들어 수집에 빠져들었다.

그동안 모은 유물은 7000여점으로 해외에서 직접 구해오기도 하고 국제 경매사이트를 통해 구입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1000여년 시간의 흔적이 묻어 있는 마야·잉카의 유물들은 국내 소장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라며 “희귀 골동품을 혼자 즐기기보다는 관람객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고 미술관 개관 취지를 설명했다. 앙크바르만은 이집트 문자 ‘앙크’와 앙코르와트 왕국 ‘바르만’의 합성어.

이곳에서는 ‘세계유물전’과 ‘김윤성 작품전’이 동시에 열리고 있다. 기원전 3000년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의 유물 40여점으로 구성된 ‘세계유물전’(1∼3관)에는 사람 얼굴이 있는 마야·잉카 골동품을 비롯해 19세기 초반 아프리카 주민들이 의식용으로 만든 가면, 18세기 영국에서 사용된 고전적인 형태의 축음기 등이 관람객들을 손짓한다.

4관에서 전시 중인 ‘김윤성 작품전’은 김 대표의 7번째 개인전으로 추상화와 초상화 등 아크릴 평면 회화 대표작들이 출품됐다. 그의 작품에는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숫자와 기호들이 배치돼 있고 원색의 강한 붓질이 화면 전체에 떠 있는 느낌이다. 작가는 “특별한 해석은 필요 없고 그림 속에 담긴 순수한 열정 자체를 봐 준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대표가 직접 설계한 앙크바르만 아트하우스는 외관 및 내부 장식을 최소화하고 천장 높이를 최대 9m 정도로 높게 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미술을 전시하는 공간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경건함과 엄숙함을 이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술관 입구에 있는 카페에서는 전면에 펼쳐진 축령산 자락의 풍경을 감상하면서 오붓한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지난 주말, 앙크바르만 아트하우스에는 차가운 바람이 불고 낙엽이 뒹구는 등 늦가을의 정취가 만연했다. 가족들과 함께 국화 전시가 한창인 아침고요수목원을 둘러본 뒤 이곳을 찾은 김성욱(44·서울 가양동)씨는 “고대 유물과 현대미술이 어우러진 이런 전시장이 있는 줄 몰랐다”면서 “수목원과 더불어 자연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명소”라고 즐거워했다(031-585-1722).

가평=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