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성폭행 피해자 진술 일관성 없어도 신빙성”

입력 2011-11-18 18:31

최근 성범죄 전담 재판부 재판장들의 통렬한 자기반성이 장애인 피해자가 일관되지 않은 진술을 했더라도 진술의 신빙성을 적극 인정하는 판결로 이어졌다.

서울고법 형사10부(부장판사 조경란)는 정신지체 장애인 A양(17)을 성폭행하려 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 위반)로 기소된 태권도장 관장 김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과 달리 징역 2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성폭력 범죄 피해자는 충격으로 범행 당시 세부 사항에 대한 기억이 불분명할 수 있고, 지능지수가 낮거나 기억력이 떨어지면 더욱 기억이 온전할 수 없다”며 “피해자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신빙성을 배척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태권도를 배우던 A양을 다른 원생이 없는 시간에 사무실로 불러 성폭행하려 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A양 진술의 신빙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조 부장판사는 지난달 10일 법원 내부 성폭력 범죄 전담 재판부 온라인 커뮤니티에 “최근 영화 ‘도가니’의 상영으로 국민들이 법원의 성폭력 사건 재판에 대해 실망감과 분노를 표시하고 있다”며 토론회를 제안해 성사시킨 주역이다. 이에 따라 지난 14일 개최된 토론회에서 전국 법원 성범죄 전담 재판부 재판장 61명은 현재 법원의 성폭력 범죄에 대한 양형이 국민 법감정과 거리가 있어 개선해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