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동아시아 주도권’ 힘겨루기… 동아시아정상회의 개막
입력 2011-11-18 18:22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사상 처음으로 참석한 동아시아정상회의(EAS)가 18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막된 가운데 동아시아 주도권 확보를 놓고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미·중 대립의 한복판에 놓인 아세안 국가들은 이해관계에 따라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미, 전방위로 중국 포위=인도네시아는 오바마가 어린시절을 보낸 제2의 고향이다. 그는 이곳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저지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을 자국의 우산 아래 두겠다고 약속하며 경제적 실익까지 챙기는 모습이다. 그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를 만나 “EAS는 해상안보와 비핵화 등 광범위한 의제를 다룰 수 있는 최고의 무대”라고 밝혔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남중국해 문제에 대한 다자간 논의를 원하는 동남아 국가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인도는 월마트 등 미국 기업에 3960억 달러 규모의 소매시장 개방을 약속하는 등 반대급부를 내줬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다음 달 미얀마에 보내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논의할 것이라고 이날 밝혔다. 미 국무장관의 미얀마 공식 방문은 50여년 만에 처음으로 미얀마의 최근 민주화 조치를 점검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명목을 달았다. 마침 민주화운동 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이날 정당 재등록 절차를 거친 뒤 상·하원의원 48명을 뽑는 보궐선거에 참여키로 결정했다. 그러나 미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도 깔려 있다. 불편한 관계가 지속되고 있는 미얀마와 중국의 틈바구니를 뚫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다. 미얀마 정부는 지난 9월 중국과의 합작투자로 진행되던 카친주 미트소네 발전소 건설을 중단한다고 발표해 중국을 자극했다.
오바마는 미국 보잉사가 인도네시아 라이언항공과 보잉737기 230대를 공급하는 약 217억 달러짜리 초대형 계약식을 직접 주재하는 등 세일즈 외교를 과시했다.
◇심기 불편한 중국, 불안한 아세안=미국의 공격적인 대아시아 정책에 중국은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원자바오(溫家寶) 중국 총리는 이날 “남중국해 분쟁은 당사국들 간 우호적인 논의를 통해 해결돼야 한다”면서 “외부세력은 복잡한 남중국해 분쟁에 개입할 이유가 없다”고 경고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EAS에 미국이 개입하면서 동남아 국가들의 남중국해 관련 발언이 강경해지는 것을 경계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필리핀 등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해온 아세안 국가들은 미국의 움직임을 반기고 있지만 다른 국가들은 미·중 대립 속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남중국해 분쟁 당사국이지만 중국과 경제교류가 활발한 말레이시아의 나집 라작 총리는 “지역 안보를 해치는 어떤 행위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싱가포르도 아세안 국가들이 강대국의 이해 다툼에 끌려들어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