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술한 핵물질 관리, 증대되는 핵공포
입력 2011-11-18 17:24
지구적 규모의 핵 공포는 냉전 종식과 함께 일단 크게 줄어든 것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이 분명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고농축우라늄(HEU)과 플루토늄 등 핵물질이 끊임없이 도난 분실 탈취 불법거래됨에 따라 핵 테러가 언제든 현실화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충희 서울 핵안보정상회의 부교섭대표 겸 준비기획단 대변인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자료를 확인한 결과 1992년 이후 IAEA에 신고된 핵물질의 도난 등 불법거래 건수는 33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핵물질에 국한된 것일 뿐 ‘더러운 폭탄(dirty bomb)’ 제조에 사용되는 방사능물질까지 합하면 그 수치는 1800∼2000건에 이른다. 더러운 폭탄은 재래식 폭탄에 방사능물질을 결합한 것으로 핵폭탄보다는 위력이 떨어지지만 방사능으로 인해 핵 테러 못지않은 장기적이고 광범위한 피해를 끼친다.
그런 만큼 국제사회는 핵무기와 핵 기술의 국가 간 이전을 막는 핵 비확산 못지않게 핵 물질과 방사능물질이 알카에다 같은 테러단체의 손에 넘어가지 못하도록 핵 안보에 더 많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특히 핵물질 등이 불법 유통되는 ‘핵 암시장’을 뿌리 뽑아야 하고 핵물질 밀매 루트도 차단해야 한다. 아울러 2007년 무장괴한들이 침투하려 했던 남아공의 펠린다임 원자력연구센터의 예에서 보듯 안전에 취약한 세계 각지의 핵물질 보관 시설에 대한 경비도 대폭 강화해야 한다. 핵 테러는 어느 한 나라에 대한 위협이 아닐 뿐더러 그 피해도 한 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북한이 다른 국가나 비국가 단체에 핵물질을 이전하는 것을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해 단호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북한의 핵 확산 의혹은 최근 IAEA가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처음 공식 확인하면서 다시 대두됐거니와 북한이 개입된 핵 커넥션은 싹부터 잘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