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루액 뒤집어쓴 84세 할머니 反월가 시위 상징 떠올라
입력 2011-11-18 00:41
‘월가를 점령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에서 경찰이 쏜 최루액을 뒤집어쓴 84세 할머니가 시위대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AP통신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할머니의 사진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경찰의 과잉진압 논란이 일고 있다.
전직 교사 출신인 돌리 레이니(사진) 할머니는 지난 15일 시애틀에서 열린 반(反)월가 시위에 참가했다. 경찰이 이날 새벽 시위 본거지인 뉴욕 맨해튼 주코티 공원에서 기습작전을 벌여 시위대를 강제 해산시킨 것에 항의하는 시위였다. 그는 시내에서 버스를 타고 가다 헬기 소리를 들은 뒤 뉴욕 시위대와 연대의식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레이니 할머니는 “시위대가 도로를 점거하자 경찰은 즉시 이동하라고 했다. (우리가 물러나지 않자) 경찰들이 자전거를 타고 시위대 쪽으로 몰려왔다. 시위대를 좁은 장소에 몰아넣고 최루액을 뿌렸다”고 설명했다.
최루액 논란이 확산되자 마이크 맥긴 시애틀 시장은 성명을 내고 “경찰의 진압 과정에 문제가 없었는지 검토하고 있다”면서 “평화적으로 시위에 참가한 이들이 최루액을 맞은 것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한바탕 곤욕을 치렀지만 레이니 할머니는 반월가 시위에 계속 동참하겠다고 했다. 그는 “난 꽤 터프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한편 17일 오전 뉴욕에선 월가의 출근을 방해하는 시위가 일어났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시위대 수백명은 차량을 동원해 월가로 진입하는 차량을 막았다. 일부 시위대는 차로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월가를 영원히 폐쇄하자”고 외쳤다. 경찰이 일부 시위대원을 체포하는 과정에서 충돌이 일어났다. 출근 방해 시위는 오전 중에 끝났지만 시위대는 뉴욕 증권거래소 등 시 곳곳에서 시위를 이어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