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국제업무지구 강제 수용 안 한다… 박원순式 재개발 정책 신호탄인 듯

입력 2011-11-17 18:31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이 시민 참여형 도시계획 방식으로 진행된다. 박원순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개발 정책 변화의 첫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용산역세권개발㈜은 17일 “주민대표기구와 합의하는 시민 참여형 도시계획 방식으로 서부이촌동 보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주민들이 그동안 우려해온 강제 수용·행정대집행에 의한 철거 등 과거 도시개발 사업은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울러 원주민들을 위해 낙후된 주거환경을 개선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쪽으로 재개발 초점을 맞추겠다고 덧붙였다.

개발과정에서 강제 수용을 하지 않고 주민과의 대화를 택한 것은 박 시장의 정책과 무관치 않다는 지적이다. 용산역세권개발 관계자는 “서울시가 개발 계획을 한 것이고 우리는 그에 따라 시행을 하는 만큼 보상 문제도 서울시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는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에 새로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이 사업은 자금난으로 한때 좌초 위기까지 몰렸으나 어렵사리 자금을 마련해 지난달 기공식을 가졌다. 그러나 사업 진행의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였던 보상 문제를 강제 수용이 아닌 합의 처리로 해야 하기 때문에 합의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앞으로 보상 문제 해결의 관건은 주민들이 단일화된 대화창구를 만드는 것이다. 현재 서부이촌동에는 재개발 보상과 관련해 10개의 비상대책위원회가 활동 중이다. 이들은 보상 범위 등을 두고 서로 이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지역 아파트 외벽엔 페인트로 ‘오세훈 시장 물러가라’ ‘강제 (보상비) 수용 반대한다’라는 글귀가 지금도 쓰여 있다.

시행사인 용산역세권개발은 주민 50% 동의만 받으면 나머지 절반의 의사와 무관하게 강제 수용할 수 있는 도시개발법에 근거해 통합개발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박 시장 체제가 들어선 후 강제 수용은 사실상 물 건너 간 셈이 됐다.

한 대책위원회 관계자는 “강제 수용은 말이 안 되는 것이다. 당연히 주민들과 대화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아직은 단일 대책위를 구성할 만한 여건이 안 돼 있는 게 사실이다. 대책위 간의 이견을 조율해줄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16일 용산국제업무지구 편입과 관련된 토지소유자, 세입자 등 이주대상 3840여명에게 대표기구 구성을 촉구하는 안내문을 발송했다.

용산역세권개발은 또 토지 등에 대한 사전 현금보상 외에 이주비 무이자 3억원 융자, 이사비 2500만∼3500만원 지원, 중도금 90% 입주 시 납부 등을 제시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