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동거·혼외 자녀로 저출산 해결하자고?

입력 2011-11-17 17:53

한국개발연구원(KDI)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은 아이의 수) 1.23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인 우리의 저출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동거와 혼외출산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을 바꿔야 한다는 출산율 대책을 내놓았다. KDI 김영철 연구위원은 ‘미혼율의 상승과 초저출산에 대한 대응방향’이란 논문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참으로 황당한 연구보고서가 아닐 수 없다.

이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제안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전 세계 222개국 중 217위다. 여성의 학력 수준이 높아지고 경제활동이 증가하며 결혼을 미루고 거기다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만연하면서 출산율이 계속 떨어져 왔다. 만혼이 출산율 저하의 원인이기는 하나 왜 결혼을 늦게 하고 결혼하고도 아이 낳기를 꺼려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연구와 이를 바탕으로 한 종합대책이 나와야 한다. 윤리의 틀을 깨 동거와 혼외 자녀 출산을 용인한다고 북유럽처럼 출산율이 늘어난다고 보는 것은 잘못된 처방이다.

젊은이들이 자녀 출산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감당하기 어려운 양육비, 교육비와 영유아를 돌보는 보육시설의 미비, 출산휴가를 꺼리는 직장의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동거와 혼외출산을 사회가 용인해 아이를 더 낳는다고 하더라도 요즘 한국 상황에서는 제대로 양육을 할 수 없다.

북유럽의 경우 여성이 임신한 순간부터 도우미가 도와주고, 출산 후 유급휴가를 1년까지 주며 어린이집과 유치원은 공짜로 맞벌이 부부가 어려움 없이 아이들을 기를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돼 있다. 부모 도움이 필요한 유아기에 전혀 부모의 손길이 없어도 될 만큼 지원과 시스템이 잘 돼 있다. 충분한 재원을 바탕으로 정부가 적극 나서기 때문에 출산율이 늘어나는 것이지 동거와 혼외 자녀를 인정하기 때문이 아니다.

어려움 없이 출산 육아를 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정부 지원이 먼저지 가정의 기본과 윤리를 깨트리는 방식의 저출산 대책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