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춘추-염성덕] 제주 관광의 미래
입력 2011-11-17 17:55
요즘엔 해외로 신혼여행을 가는 것이 일반화됐다. 형편에 따라 여행지를 고르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신혼부부가 해외여행을 떠난다. 주머니 사정이 빠듯하면 동남아로, 여유가 있으면 유럽·미주로 가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학창시절에 해외를 다녀온 젊은이들도 적잖다.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던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해외여행 규제가 일부 풀린 것은 1983년. 50세 이상으로 나이를 제한하고, 200만원을 1년간 은행에 맡기는 관광예치금제도를 도입하면서였다. 이후 해외여행 나이 제한은 45세, 40세로 낮아졌다. 1988년 3월 당시 노태우 대통령이 “나이 제한을 없애라”고 지시해 이듬해 4월 해외여행 전면 자유화 조치가 단행됐다. 86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방한한 외국인들이 늘었고, 국부의 해외 유출을 걱정하지 않을 만큼 우리 경제 규모가 커진 것을 고려한 조치였다.
친환경 관광 인프라 만들고
그럼에도 해외로 신혼여행을 떠난 이들은 흔치 않았다. 많은 이들이 강원도 설악산, 부산 해운대, 경북 경주 등에서 신혼 첫날밤을 보냈다. 점차 생애 첫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신혼여행을 가는 이들이 늘어났다. 기자는 1988년 제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다. 당시 택시 한 대를 대절해 명소를 찾아다녔다. 가는 곳마다 택시기사의 주문대로 포즈를 취하고 기념사진을 찍었다. 성산 일출봉, 만장굴, 천지연폭포, 주상절리….
그 후에도 일고여덟 차례 제주를 찾았다. 하늘을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어린 아들을 위해 비행기를 타고 당일치기로 다녀왔고, 2000년 9월 열린 제 1차 남북 국방장관회담을 취재하려고 제주를 방문했다. 얼마 전에는 올레길을 걸으며 자연풍광에 넋을 놓았다.
누구나 신혼여행지의 추억은 오래 간직한다.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선지 제주가 유네스코로부터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인증될 때 좋아했던 기억이 새롭다. 유네스코 ‘3관왕’에 오른 제주가 최근 스위스 비영리재단 ‘뉴세븐원더스’가 뽑은 ‘세계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됐을 때도 “과연 제주”라고 환호했다.
일부에서는 7대 자연경관 선정에 대해 공신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이 재단이 ‘신(新) 7대 불가사의’로 뽑은 중국 만리장성, 브라질 예수상, 페루 마추픽추 등을 찾은 관광객은 급증했다. 제주가 7대 자연경관에 선정된 것은 호재임에 틀림없다. 세계 관광산업이 번창하리라는 전망도 제주에는 플러스 요인이다. 유엔세계관광기구(UNWTO)에 따르면 세계 관광산업 규모는 지난해 5조7000억 달러에서 2020년 11조1000억 달러로, 같은 기간 세계 관광객 수는 9억4000만명에서 16억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제주도는 외국 방문객을 맞이하기 위해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지난 9월 중국 바오젠(寶健)일용품유한공사 판매대리상 1만1200여명의 국내 유치 때 제주도, 주중 한국대사관, 한국관광공사 등이 한마음으로 노력한 것이 좋은 예일 것이다. 숙박시설을 비롯한 관광 인프라를 친환경적으로 만들고, 수려한 자연경관과 문화예술을 접목한 양질의 프로그램도 마련해야 한다.
자연·문화 접목 상품 내놔야
외국인 입맛에 맞는 음식을 개발하고, 가이드 교육도 내실 있게 해야 한다. 몇 년 전 경복궁을 중국인에게 소개하면서 ‘규모가 자금성의 화장실만 하지 않느냐’고 비하한 가이드 같은 이는 설 땅이 없게 해야 한다. 온라인 백과사전과 세계 여행안내 책자에 제주를 소개하는 일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할 것이다. 관광산업은 지역경제 활성화·고용창출·외화획득에 기여하는 산업이다. 제주도가 국부 창출에 앞장서는 특별자치도가 되길 기대한다.
염성덕 논설위원 sdyu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