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공열 (10) 농담도 응답해주신 기적… ‘원통 화평교회’ 개척
입력 2011-11-17 17:51
어려서부터 아버지를 따라 전도를 해왔던 나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 전국남전도회연합회(남전도회)에서 18년간 활동했다. 2회기부터는 조직국장을 맡았는데, 당시 나는 경북 의성, 안동, 경남 진주, 강원 정선 등 전국 지역노회를 방문, 순회예배를 드리며 지역노회 남전도회가 활발히 활동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는 역할을 했다.
조직국장 이외에도 총무, 부회장, 준비위원장 등 다양한 역할을 맡으면서 여러 행사를 준비했는데 1996년 ‘나라와 민족을 위한 대각성 기도성회’가 그중 하나다. 이틀간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기도 성회는 남전도회 역사상 가장 큰 대회였다. 이 대회는 전국 각 노회로부터 관광버스를 대절해서 4000∼5000명이 모일 정도로 성황리에 치러졌다.
98년부터는 1년간 회장으로 봉사할 기회를 얻게 됐다. 꼭 한번 회장이 되고 싶었기에 내심 기쁘긴 했지만 당시 외환위기로 IMF의 지원을 받는 상황이었기에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특히 나는 지인들의 보증을 섰다가 30억원의 빚까지 떠안게 된 터라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상황이었다. 여기에다 회원들의 사업에도 IMF의 여파가 미치고 있어 남전도회의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어두웠다.
하지만 나는 어려움을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성실히 임무를 수행하기로 다짐했다. 전도는 내게 끝까지 포기할 수 없는 가치였기 때문이다.
그랬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전도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노력할 수 있었다. ‘외환위기는 곧 기도할 때’란 생각으로 98년 8월부터 총신대학교 양지캠퍼스에서 ‘전 회원 지도자 교육사업’을 실시했다. 전도훈련을 통해 회원들이 각 교회에서 전도지도자로서 위기 극복에 앞장서길 바랐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나는 그 이듬해인 99년에도 전국 회원 1000여명을 대상으로 경남 부곡에서 ‘국가를 위한 기도회 및 전도훈련대회’를 실시했다.
남전도회에서 활동하면서 많이 했던 사업으로는 진중세례를 꼽을 수 있다. 나는 10여 차례 진중세례 행사를 진행했는데, 그중에서도 12사단 훈련병 진중세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98년 12사단에서 진중세례를 하던 북강원노회 임정웅 목사님은 내게 농담처럼 말했다.
“최 장로님, 강원도 인제군 원통에 우리 교단 교회가 없습니다. 이게 얼마나 원통한 일입니까? 누가 땅을 사주면 내가 교회를 개척할 텐데요.”
이 말을 듣자마자 나는 이렇게 답했다. “목사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땅을 사 놓으시고 누군가 교회를 개척해주면 좋겠다고 하셔야죠.”
이 말을 들은 목사님은 “그럼 전국남전도회 최 장로가 교회를 건축해 줄 것이냐”고 되물었고 나는 무심결에 “그렇게 해 보자”고 말했다. 이때만 해도 나는 목사님이 농담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지나쳤다.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기도하는 사람의 농담도 다 듣고 응답하시는 것 같다. 1년 뒤 임 목사님은 정말 330.6㎡(100평)의 땅을 매입하시고 교회를 건축해 달라고 내게 연락을 해 왔다. 무심코 한 말에 교회를 건축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만 것이다.
나는 ‘개척교회 설립을 위한 서울지역 전도대회’를 열었고 모금한 특별헌금으로 그 해 7월 231.4㎡(70평)의 교회를 세웠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리 화평교회는 이렇게 탄생됐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