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회 안중에 약사회만 있고 국민은 없나
입력 2011-11-16 17:43
국민의 뜻을 대변하기 위해 존재하는 국회가 대한약사회의 이기주의적 횡포에 백기를 드는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 취약시간대 의약품 구입난 해소를 위해 슈퍼에서도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을 팔 수 있도록 한 약사법 개정안이 18대 국회에서 무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1일 예정된 전체회의에 이 안을 상정조차 하지 않았다. 남은 기간 중 추가 상정할 것 같지도 않다.
보건복지부 국감에서 여야 모두 안전성 문제 등을 들어 약사법 개정안을 질타한 데 이어 홍준표 대표마저 반대의견을 표명한 터라 진작부터 예상되긴 했다. 시민단체와 국민 대다수가 찬성한 감기약 슈퍼 판매는 여러 차례 토론을 거쳤으며 정부안도 제출돼 있다. 지난 9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전국의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3.2%가 슈퍼판매에 찬성했다.
개정 약사법의 국회통과가 무산 위기에 처한 것은 형식상으로는 여야 의원들의 뜻이 작용한 것처럼 비친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내년 4월 예정된 국회의원 선거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우리나라 이익단체 가운데 가장 막강한 응집력을 가진 약사회와 등을 돌렸다가는 당선이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의원들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약사회는 역대 국회마다 대표를 여의도에 보내는 등 막강한 실력을 과시해왔다. 지역구 의원 출신인 보건복지부 장관조차 선거구 약사회의 부름에 호출돼 그들의 민원을 귀담아 들어야 했을 정도다. 요지에 자리 잡고 지역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약사들의 힘이 새삼 무섭게까지 여겨진다.
물론 슈퍼판매로 국민들의 의약품 오남용이 심해질 것이라는 국회의원들과 약사들의 충정은 이해가 간다. 그렇지만 아무 대안도 없이 국제적으로 안전성이 입증된 해열진통제나 감기약 등을 팔지 못하게 하는 것은 명분 없는 이기주의에 불과하다. 약사 편을 드는 정치인은 내년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는다는 사실을 가슴에 새기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