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의 비애’… 여성 10명 중 7명 “남편 수발기간 늘어 부부 갈등 우려”
입력 2011-11-16 21:39
여성 10명 가운데 7명 정도는 평균수명이 늘어나면서 늙은 남편을 돌보는 기간이 길어져 부부 갈등이 발생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장수하는 부모가 상속을 하지 않거나 미뤄 가족 간 갈등이 생길 것을 걱정한 응답자도 64%에 달했다.
대통령 소속 사회통합위원회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은 16일 전국 20세 이상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저출산·고령화 사회갈등’ 세미나에서 발표했다.
조사 결과 ‘수명 연장으로 여성이 남편을 돌봐야 하는 기간이 길어져 노부부 간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항목에 여성의 71.9%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남성의 동의율은 상대적으로 낮은 66.4%였다. 20∼30대 젊은층의 동의 비율이 71.3%로 가장 높았고, 40∼64세 중장년층 70.1%, 65세 이상 노년층 60.7%로 나타났다. 보사연은 “젊은층일수록 남녀 간 가사 분담 등 양성평등 가치관이 강해 동의율이 높은 반면 현재 노인층은 전통적 사고관이 강해 노후 여성이 남편을 돌보는 것을 당연히 여기고 있기 때문에 다소 낮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오래 사는 부모의 부양 문제로 갈등이 발생할 것’이라는 항목에는 전체 응답자의 77.0%가 찬성했다. 연령대별 동의율은 중장년층이 78.3%, 젊은층이 77.5%로 비슷했으나, 노인층은 72.0%로 낮았다. 형제와 자녀수가 적은 중장년층과 독자이거나 형제자매가 1명뿐인 젊은층은 향후 부모 부양에 대한 우려가 상대적으로 큰 반면 자신이 피부양자 위치에 있는 노인층은 부양 부담에 대해 소극적 의견을 나타낸 것으로 분석됐다.
‘수명 연장으로 부모가 오래 살게 되면서 상속을 하지 않거나 미뤄 가족 간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항목에는 63.9%가 동의했다. 특히 노인층의 동의율은 69.3%로 중장년층(66.5%), 젊은층(58.7%)보다 높았다. 노인층의 경우 실제 상속을 둘러싸고 가족 간 갈등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했을 가능성이 더 크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이밖에 ‘노인 인구가 많아지면서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간 문화적 차이로 갈등이 발생할 것’이란 항목에 대해 응답자의 83.6%가 동의했다. 또 ‘일자리를 둘러싸고 고령자와 청년 간 갈등이 발생할 것’을 걱정하는 비율도 71.4%였다. 젊은층의 동의율이 76.0%, 중장년층 70.3%, 노년층 63.1%로 젊을수록 고령자의 일자리 차지에 대한 우려가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