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최공열 (9) 잇단 시설공사 수주에 “아니, 당신 빽은 누구요?”

입력 2011-11-16 00:41


1977년부터 하나님께서는 내게 의전시설 사업기회를 열어주셨다. 당시엔 인맥으로 사업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았기에 나처럼 관공서에 지인 없이 전국적인 행사의 시설공사를 수주한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런 내게 주님은 제9회 강원도 소년체육대회를 시작으로 그해 전북에서 개최된 제61회 전국체육대회 관련 공사를 연이어 수주하게 해 주셨다. 수주는 했지만 당장 모든 것이 해결되지는 않았다. 기업 스폰서 유치 여부, 당일 날씨 등에 따라 오히려 적자가 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이미 지난 대회의 경험을 통해 ‘그분만이 의지할 수 있는 유일한 분이며, 최선을 다하면 마무리는 하나님이 해주실 것’이라는 확신을 얻었기에 두려움이 없었다.

종종 공무원들은 나를 보며 “누구를 믿고 그렇게 당당하게 잘 될 것이라 확신하느냐?”라고 물어왔다. 그럴 때마다 나는 “저는 하나님 아버지를 믿고 확신합니다”라고 대답해줬다. 나는 항상 관공서를 상대로 사업을 할 때마다 공무원들에게 기독교인임을 공표하고 다녔다. 그랬기에 나는 주님의 자녀로 모든 행사에 한 점 부끄럼이 없도록 최선을 다했고 성공적으로 행사를 진행했다. 나의 자신있는 모습과 깔끔한 업무처리를 보고 감명을 받은 공무원 가운데 주님의 자녀가 된 분들도 있을 정도다. 이렇듯 나는 주님으로 인해 편하게 사업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연단의 과정도 거쳤다. 80년 제61회 전북 전국체육대회는 좋은 날씨 속에 성공적으로 치러지면서 사업은 점차 정상궤도에 진입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로지 사업에 몰두하던 나는 세무신고를 잘 몰라 자진신고에 의한 소득세 납부를 누락하는 실수를 범했다. 세금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기에 세무 담당공무원만 믿고 신경을 쓰지 않은 것이 화근이었다. 그 결과 나는 이듬해 2000만원의 세금추징을 받게 됐다. 이는 당시 내가 거주하던 관할 구에서 가장 높은 세금이었다. 당시 소득세 만기일은 8월말이었는데 이를 넘기면 10%의 가산세가 붙었다. 얼마 남지 않은 만기일에 마음이 급박해진 나는 결국 사채를 얻어 세금을 납부했는데 이는 체육대회로 벌어들인 수익보다 더 큰 액수였다.

어려움은 연이어 찾아왔다. 세금문제로 고심하던 나를 납세의무 불성실자로 고발하겠다며 영업담당자 3명이 집에 찾아와 협박을 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당시 국세청에 신고불성실자를 고발하면 추징액의 10%를 포상하는 제도가 있었다. 아마 직원들은 내가 추징세액으로 고심하고 있는지 몰랐으리라.

고발한다던 사원들이 찾아와 다시금 재기할 것을 요청했지만 이러한 사건들로 마음의 상처를 입은 나는 사업과 거리를 두기도 했다. 그러나 신앙인이었기 때문에 인간에 대한 실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사람은 실망시킬 수 있으나, 주님은 자녀를 실망시키지 않으시기 때문이다. 다시금 일어서려는 내게 주님은 체육대회뿐 아니라 고양시 꽃 박람회, 광주 비엔날레 등 다양한 의전시설 사업을 맡을 수 있도록 길을 인도해주셨다.

하나님은 어려움을 통해 모든 것이 그분께 속했고 나는 온전히 이끄시는 대로 하면 된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셨다. 주님의 이끄심은 현재 진행하는 장애인 사역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당시 알게 된 고마운 분들과 사업경험이 소중한 자산이 돼 업무에 큰 도움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