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읽기] 박스권 장세 지속땐 ‘역발상 전략’ 투자를
입력 2011-11-15 17:45
복잡하다. 주가가 방향을 알 수 없는 거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유럽의 뉴스는 혼란스럽기만 하다. 그리스에 이어 이탈리아까지 정권교체가 일어나고 있다. 요즘 투자가들은 참 할 일이 많다. 개별기업의 실적전망부터 세계 경제성장률과 정치상황까지 분석해야 한다. 확실히 편한 시장은 아니다.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는 주가 할인요소가 높아진다. 주식의 매력도를 측정하는 지표인 ‘PER’가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반면 확실성에 대한 프리미엄은 높아지게 된다. 이는 불확실한 상황에서 확실한 쪽으로 피해가려는 심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종합지수가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사이 삼성전자가 100만원을 기록했다. 화학, 철강 등 경기관련주의 실적전망은 불투명한 데에 비해 삼성전자의 실적전망이 상대적으로 가시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경제위기가 정권교체로 이어진 사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내년에 선거가 예정돼 있다. 현재 세계의 두 가지 과제는 성장률 하락, 그리고 ‘99%’의 불만이다. 과거 세계경제의 성장동력이 부채에 의한 소비였지만, 앞으로는 상당기간 부채축소로 인한 성장률 저하가 불가피하다. 성장률이 낮은 상황에서 분배 문제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 내년 세계 각국은 포퓰리즘에 흔들릴 개연성이 크다.
주식시장은 상·하방에 일정부분 의미 있는 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하락은 각국 정부의 정책적 공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고, 시장의 상승은 성장률 저하 때문에 여의치 않을 것이다. 결국 시장 전체적인 흐름은 조율된 박스권의 형태로 상당기간 진행될 것이다. 투자가들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두 가지 전략을 고민하게 된다.
첫 번째는 리스크 트레이딩이다. 시장에 리스크가 높아지면 사고, 리스크가 낮아지면 파는 전략이다. 즉 시장참가자들이 두려워할 때 사고, 안심할 때 파는 역발상 전략이다. 두 번째는 안정성이 담보된 주식을 장기적으로 거래하는 전략이다. 최근 관심이 높은 모바일이나 컨텐츠, 바이오 등 신산업 종목들이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역발상 전략은 생각보다 어렵다. 시장이 험악해지는 상황에서 떨어지는 주식을 과감히 사는 배짱이 필요하다. 성공하면 수익을 주지만 실패하면 참혹한 결과를 만난다. 경험 많은 노련한 투자자들의 몫이다.
삼성전자의 강세와 중소형 신성장종목의 부각은 증시의 양극화를 예고하는 것일 수 있다. 경기와 무관하게 이익의 가시성이 높은 초우량기업과 포퓰리즘적 수혜를 볼 수 있는 중소형주의 상생을 생각해 보자. 손실을 본 투자가들이 시장을 떠나긴 쉽지 않다. 거시경제 상황의 압박 속에서도 원금회복을 위한 투자게임은 지속될 것이다.
채승배 HR투자자문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