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시리아 제재’ 역풍… 전국서 반발시위 등 친정부세력 결집
입력 2011-11-14 21:22
반정부 시위가 처음 발생한 지 8개월 만에 시리아에 대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그간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던 아랍연맹(AL) 등이 제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 하지만 아랍연맹 제재가 오히려 친(親)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 세력이 집결할 빌미가 됐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국제사회의 태도 변화에 대한 해석도 분분하다.
◇친아사드 집결=13일(현지시간) 수도 다마스쿠스와 제2의 도시 알레포, 라타키아 등 시리아 전역 주요 도시에는 아사드 대통령의 지지자 수백만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시위를 벌였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12일 아랍연맹이 내린 시리아 회원국 자격 정지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들은 아사드의 초상화와 국기를 들고 나와 “아랍연맹(AL)은 아메리카연맹(AL)” “신이시여, 오직 시리아와 바샤르에만 은혜를 내리소서” 등의 문구를 외쳐댔다. 또 시리아 회원국 자격 정지에 찬성표를 던진 국가의 대사관을 찾아가 시위를 벌였다. 다마스쿠스 주재 터키 대사관에는 1000여명의 시위대가 몰려가 돌과 빈병을 던졌으며, 터키 국기를 불태웠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카타르 대사관에도 몰려가 유리창을 부수고 국기를 내리는 등 격한 시위를 벌였다.
시리아올림픽위원회는 다음 달 9∼23일 카타르에서 열리는 아랍경기대회에 참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반정부 단체들은 아랍연맹의 제재 결정을 환영했다. 시리아 야권은 터키에 대표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허락해 달라고 터키 정부에 요청했다. 야권은 지난 9월 과도국가위원회를 결성했으나 아직 국제사회에서 정통성 있는 기구로 인정받지 못했다. 아랍연맹은 시리아가 지난 2일 카이로 회담에서 약속한 평화 중재안을 이행할 때까지 제재를 계속할 방침이다.
◇국제사회 속내는=시민 3500여명이 무력 진압으로 사망하는 상황에서도 수수방관하던 아랍 국가들의 태도 변화는 이란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설이 퍼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란의 최대 우방인 시리아부터 압박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CNN방송은 “이란과 대립하고 있는 중동 국가들이 이란 견제를 위해 아사드 정권 제재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런던 정경대 중동연구소 소장인 파와즈 게르게스는 “속내가 무엇이든 서로를 가족이라 여기는 아랍연맹의 제재 결정은 매우 중요한 의미”라며 “이제 시리아는 완전히 고립됐다”고 평했다.
시리아 제재 효과를 높이기 위해 미국은 요르단에 협조를 요청했다. 시리아가 요르단 금융권을 이용해 제재를 피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시리아 제재에 부정적 입장을 보여 온 중국도 아랍연맹 결정을 존중해 태도를 달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시리아에 계속 무기를 팔겠다”며 고집을 부리고 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