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출 무바라크 전속 사진사 “낮엔 촬영… 밤엔 그의 몰락 꿈꿔”

입력 2011-11-14 21:21

“낮에는 독재자의 사진을 찍었고, 밤에는 그의 몰락을 꿈꿨다.”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의 전속 사진사가 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됐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설에는 독재자를 가까이서 지켜본 청년의 분노가 담겨 있다.

제목이 ‘현기증(vertigo)’인 소설에는 이집트 정치인과 기업인의 탐욕과 사악함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저자 아흐메드 무라드(33)는 대통령궁 사진사로 무바라크 대통령을 따라다니며 목격한 장면 상당 부분을 소설에 썼다.

소설은 스릴러다. 사진기자인 주인공 아흐메드 카말이 카이로 시내의 한 음식점에서 재벌기업가 2명이 살해당하는 순간을 우연히 목격, 카메라에 담는 데서 시작된다. 주인공은 자신이 몸담은 타블로이드 신문에 사진을 게재하려 하지만 편집자가 이를 가로막는다. 편집자의 이름은 반어적 의미에서 ‘자유’다. 주인공은 그 뒤 사회악에 맞서 복수극을 펼친다.

저자 무라드는 무바라크의 사진사로 일하던 4년 동안 밤 시간을 이용해 소설을 썼다. 처음엔 출판 생각이 없었지만 아내의 도움으로 책을 냈다. 소설은 최근 영문으로 번역돼 영국 등지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