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자 10명중 6명 ‘인맥’으로 입사했다
입력 2011-11-14 19:53
지난 3월 중견기업인 A회사에 취업한 B씨(28)는 ‘인맥’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꼈다. 지방대 출신인 B씨는 A사에 입사지원서를 낼 때만 해도 반신반의했다. 친척 소개로 A사 임원을 만났지만 얼마나 취업에 영향력을 미칠지 몰랐다. B씨는 “그동안 여러 대기업 입사 필기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아도 면접에서 지방대 출신이라 감점되는 경우가 많았다고 본다”며 “친척의 소개로 숨어 있던 좋은 일자리를 찾아냈고, 면접 등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고 취업에 성공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고용시장에서 인맥에 의존하는 정도가 60% 안팎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영철 연구위원은 14일 ‘구직에서 인적 네트워크(인맥) 의존도 추정’ 보고서를 내고 새로 일자리를 구한 6165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친구나 친지, 가족, 희망직장을 다니는 지인 등을 활용해 일자리를 구한 경우가 56.4%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생애 첫 취업자는 인맥 의존도가 39.9%, 경력직은 60.1%였다. 김 연구위원은 “조사결과는 최소 추정치로 실제 인맥 의존도는 이를 조금 넘어설 것”이라며 “종합해 보면 우리 고용시장에서 인맥 의존도는 60% 안팎”이라고 말했다.
우리의 인맥 의존도는 선진국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훨씬 높다. 국제사회조사프로그램(ISSP) 자료에 따르면 주요 29개국의 인맥 의존도 평균은 45.6%(2001년 기준)에 불과했다. 핀란드가 25.8%로 인맥 의존도가 가장 낮았고 오스트리아(26.3%), 덴마크(28.1%), 노르웨이(28.4%) 등이 뒤를 이었다. 미국은 44.3%, 일본은 41.3%였다. 우리나라보다 인맥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헝가리(60.8%), 스페인(61.6%), 칠레(68.2%), 필리핀(84.8%), 브라질(84.8%) 등이다.
인맥 의존도가 높은 것은 고용서비스 관련 사회 인프라가 부족한데다 신뢰 등 사회적 자본 결여, 산업기반의 영세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다. 김 연구위원은 “인맥 의존도가 높은 탓에 임금 근로자 개개인이 구직 네트워크 유지·관리를 위해 과도한 사적부담을 짊어져야 한다”며 “공공고용서비스를 OECD 평균 수준으로 확충만 해도 인맥 의존도가 5% 포인트가량 하락할 것”이라고 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