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 판 커졌다… 멕시코·캐나다 가세 참가국 12개국으로
입력 2011-11-14 18:28
“한때 ‘작은 씨앗’으로 불리던 흐릿한 협정이 큰 나무가 되는 기틀이 마련됐다.”
AFP는 13일(미국 하와이 시간) 일본에 이어 멕시코, 캐나다까지 환태평양경제동반협정(TPP)에 참여할 의사를 밝혔다며 이렇게 논평했다.
2005년 싱가포르 브루나이 칠레 뉴질랜드 등 4개 소국의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으로 첫걸음을 뗀 TPP가 하와이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판’을 키우는 데 성공했다.
하와이 APEC을 거치며 TPP 협상에 나서기로 한 나라는 미국 호주 싱가포르 뉴질랜드 칠레 말레이시아 베트남 페루 브루나이 일본 캐나다 멕시코 등 12개국으로 늘어났다.
그 배경에는 무엇보다 아·태 지역에서 경제패권을 놓을 수 없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자리잡고 있다. 미국은 2008년 2월 뒤늦게 TPP에 합류했다. 이후 아·태 지역을 중시하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과 함께 이 협정은 미국과 아시아를 연결하는 핵심 고리로 자리매김했다.
통상전문가인 이재민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오바마 대통령은 중국의 불만에도 불구하고 이번 APEC 회의에서 TPP를 최우선 의제로 밀어붙였다”며 “이는 중국에 대응해 아·태 지역에 ‘미국 주도의 경제블록’을 형성하겠다고 공식선언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협상에 참여키로 한 12개국만 쳐도 인구 7억5000만명이다. 경제 규모는 25조 달러로 전 세계 산업생산량의 40%가 넘어 유럽연합(EU)을 크게 앞선다. APEC 21개 전 회원국이 참여할 경우 전 세계 경제 규모의 50%가 넘는 최대 자유무역경제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의 TPP 추진 대열에서 ‘왕따’ 당한 중국 정부는 하와이에서 긴급 브리핑을 갖고 참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등 조급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다음 달부터 협정을 재개해 내년까지 협정문 작성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같은 양자 간 협정도 엄청난 우여곡절을 겪는데 이해관계가 각각인 10여개 국가가 무역협상을 이처럼 조기에 마무리할 수 있다고 믿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비관론자들은 사실상 무력화된 세계무역기구(WTO) 도하라운드 같은 운명을 밟거나 각국의 이해를 맞추다 보니 알맹이는 없는 두루뭉술한 협정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실제 미국과 함께 가장 중심적인 배역을 맡을 일본의 경우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협상 참여를 결정했지만 농민들과 농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의 반발이 만만찮은 실정이다.
하지만 진창수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TPP는 경제적인 협정일 뿐 아니라 정치·안보적인 성격도 다분하다”며 “미국이 자국 주도의 경제블록으로 몰아갈 것인 만큼 의외로 협정 체결이 빨라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배병우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