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日 TPP 보고도 한·미 FTA 미룰 건가

입력 2011-11-14 17:57

합종연횡을 통한 경제영토 확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나라들이 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에 일본에 이어 캐나다와 멕시코까지 13일(현지시간) 참여 의사를 피력했다. 협상에 참여할 12개국이 최종 서명하면 유럽연합(EU)을 능가하는 세계 최대 자유무역지대가 탄생하게 된다. TPP는 다자간 자유무역협정(FTA)이지만 미국과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어서 사실상 미·일 FTA나 다름없다.

세계 1위와 3위의 경제대국인 미국과 일본이 TPP 체제를 출범시킨다면 한반도를 둘러싼 미·일·중 3국의 각축이 격화돼 한국에 미칠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야당인 자민당은 물론 여당인 민주당 일각의 반대를 무릅쓰고 TPP 참여를 선언한 것은 침체된 자국 경제를 살리고, 한·미 FTA 체결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미국과 안보·경제동맹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동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경제적 영향력을 약화시키려는 의도도 작용했을 것이다.

국가들 간에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기 때문에 TPP가 결실을 보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수 있다. 협정 수준이 국가들 간의 전면적인 무역장벽 철폐로 이어질지도 미지수다. 그렇다고 한·미 FTA 비준동의안 처리를 마냥 미뤄서는 안 된다. 국회 처리가 늦어질수록 한·미 FTA 선점효과가 희석된다. 자동차 전자 등 여러 분야에서 일본과 무한 경쟁을 벌이는 한국으로서는 서둘러 한·미 FTA를 발효시켜야 한다.

손학규 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여야 인사들은 일본 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 정치적 운명을 걸고 TPP 참여를 선언한 노다 총리를 본받아야 마땅하다. 어제 국회를 방문한 임태희 대통령실장에게 “(이명박 대통령이) 빈손으로 올 것 같으면 빈손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쐐기를 박은 손 대표의 언행은 대단히 유감스럽다. 민주당 지도부는 오늘 국회를 방문하는 이 대통령과 허심탄회에게 대화하고 대승적 차원에서 결단을 내려야 한다. 그것이 국익을 위한 정치인의 책무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