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이 대통령과 국회에서 대화하라

입력 2011-11-11 17:35

이명박 대통령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의 조속한 처리를 국회 교섭단체에 요청하기 위해 15일 국회의사당을 방문할 예정이다. 당초 이 대통령은 11일 오후 국회를 찾을 예정이었으나 민주당이 면담을 거부함에 따라 박희태 국회의장이 연기를 요청해 이를 수용했다.

이 대통령의 국회방문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이다. 취임 초부터 여의도 정치를 경원시한 이 대통령이었다. 이번이 취임 후 5번째 국회방문이지만 모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였고 대화와 소통을 위한 방문은 처음이다. 이 정권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지적받고 있는 소통부재는 이 대통령이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그런 점에서 FTA 문제도 이렇게 막다른 골목에 이르기 전에 이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으로 야당의원들을 만나 협력을 구했어야 했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FTA 비준 동의안 처리와 관련 국회를 방문한 것을 계기로 향후 야당과의 소통을 위한 노력을 더욱 기울여야 한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주요 사안에 대해 야당인 공화당 의원들을 어떻게 설득했는지 배워야 할 것이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이 11일 오후 방문키로 하자 ‘밀어붙이기 명분 쌓기’라며 면담을 거부했다. 참으로 치졸하고 무례하다. 대도(大道)를 걸어 차기 대통령이 되겠다는 손학규 대표의 수준이 이 정도밖에 안 된다니 참 안타깝다. 이 대통령과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는 민주당은 한나라당의 FTA비준안 강행처리를 유도해 내년 총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려 한다는 일부의 분석이 틀리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보여주는 것 같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1960년대 야당의원 시절 한·일국교 정상화와 월남 파병안 반대가 당론으로 정해져 야당이 정부 여당에 맞서 극렬하게 반대하는 가운데 홀로 과감히 찬성을 했다. 국민은 반대만 하는 야당이 아닌 대안을 가진 야당을 원한다. 경기지사 시절 통상 도지사를 자처하며 외자유치를 업적으로 내놓았던 손 대표가 대권에 매몰돼 FTA를 반대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