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무대 복귀 위해 伊 교수직 포기한 바리톤 박경준 “더 늦기전에 소명 다해야죠”
입력 2011-11-11 20:13
“영성 가득한 교회음악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유럽 최고의 무대에서 오페라 주역으로 활동 중인 바리톤 박경준(44·사진)씨의 소망이 소박하다. 그런데 더 놀라운 건 그가 이를 위해 교수직도 버리고 아예 유럽 생활을 정리한 채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점이다. 오페라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 & 팔리앗치’로 오랜만에 고국 팬들과 만나고 있는 박씨를 10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탈리아 최고의 사실주의 오페라로 평가받는 이 작품에서 그는 ‘토니오’ 역을 맡아 1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한다.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이탈리아에서 공부한 그는 세계 50여 극장에서 150여회 오페라 주역으로 출연했다. 최근까지 이탈리아 에르바 국립음악원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그는 “더 늦기 전에 사명을 감당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웃의 전도로 초등학교 6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처음 교회에 나간 그는 중학교 때부터 성가대에서 활동했다. 노래하는 게 그렇게 좋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때 처음 나에게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리고 우연히 목사님 앞에서 찬양을 불렀는데, 많이 칭찬해주셨습니다. 제가 성악가의 비전을 키우게 된 결정적 계기였습니다.”
아버지의 사업 실패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 음악을 공부하는 게 쉽지 않았다. 레슨을 받는 건 상상할 수도 없었다. 그때 그를 도운 손길이 바로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목사였다. 그의 재능을 알아본 조 목사는 교회 솔리스트로 활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 대학 졸업 후에는 ‘여의도순복음교회 솔리스트 1호’로 유학에 오를 수 있는 길도 열어줬다.
“공부를 하다 돈이 떨어질 때쯤이면 어떻게 아셨는지 교회에서 저를 불렀습니다. 찬양을 부르고, 오페라를 하면서 용돈을 마련했습니다. 또 가끔 조 목사님이 해외 선교차 유럽에 오시면 저를 보자고 하시면서 용돈을 쥐어주셨어요. 목사님은 저에게 영적인 아버지요, 삶의 멘토이십니다.”
몇 해 전, 그는 프랑스에서 찬송가 ‘내 평생 살아온 길’을 부른 적이 있다. 힘들고 지칠 때 그가 즐겨 부른 찬양이었다. 한국어로 찬양을 부르는데, 프랑스인들이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게 아닌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는 이들이 눈물을 흘린 건 바로 하나님의 영성을 체험했다는 것입니다. 오페라든, 비극이든, 가요든, 세상의 곡조에 영성이 들어가면 분명 듣는 사람은 다르게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노래하는 무대에서 그렇게 하나님의 음악을 들려주겠습니다.”
글=노희경 기자, 사진=조재현 인턴기자 hk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