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협 발표회,"통일은 이념이 아니라 복음에서 시작돼야"
입력 2011-11-11 17:01
[미션라이프] 한국교회가 이념에 치우치지 말고 복음에 더욱더 순종할 때 북한과의 화해뿐 아니라 민족 통일까지 앞당길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신학자 및 목회자들은 11일 서울 역삼동 화평교회(김병훈 목사)에서 열린 한국복음주의협의회 11월 조찬기도회 및 발표회에서 한결같이 주장했다. 우선 기독교통일학회장 주도홍 백석대 교수는 “이 같은 주장이 일면 당연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며 “교회 지도자들부터 북한을 바라보는 패러다임의 대전환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와 진보라는 이념을 뛰어넘어 사랑의 복음으로 한반도 문제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 교수는 요한복음 4장에 등장하는 사마리아를 북한에 비유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마리아로 들어가시는 예수님을 막고 있는 열두 제자와 같다. 교회 지도자들은 사마리아로 들어가신 예수를 따를 것인가, 제자들을 따를 것인가 결정해야 한다.”
요한복음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제자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사마리아로 들어갔다. 그리고 자신의 뜻과 삶을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 우물가에서 만난 수가성 여인에게 참 소망과 기쁨을 전했고 연이어 사마리아 사람들의 초청에 응하며 제자들이 예측하지 못한 사랑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주 교수는 “바로 그 예수님이 21세기 사마리아 땅인 북한을 향해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는 한국교회를 향해 어떤 말씀과 행동을 하실지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상당수 우리는 여전히 당시 제자들처럼 예수님의 사마리아행을 막을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교회 안에서까지 행해지는 극단적 이념 대결을 참회하고 십자가의 구속으로 남남갈등을 극복하며, 북한의 인권과 기아가 똑같이 교회의 중요한 관심사임을 믿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또 어려움에 처한 북한을 위한 조건 없는 지원이 통일로 가는 시금석이라고 했다.
주 교수는 “이념은 인간의 생각이지만 복음은 하나님의 생각이자 지혜”라며 “크리스천은 평화를 유지하는 것(peacekeeping)을 넘어 가능한 모든 사람과 더불어 화해하고 사랑하는(peacemaking) 존재(마 5:9)가 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진 발표에서 이근복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선교훈련원장은 에큐메니컬 신학적 관점에서 교회 역할을 발표했다. 이 원장은 희년사상과 하나님 나라 관점에서 평화, 생명, 화해의 정신을 제시하고 “한국교회는 남북이 분단과 적대감으로 짓고 있는 죄를 회개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경조 전 NCCK 회장도 “진정한 통일은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고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이라며 “통일은 두 개의 상이한 체제가 하나의 사회로 통합되고 서로 함께 살아가는 세상을 위한 과정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글·사진=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