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루스코니, 경제위기에 ‘무릎’…伊총리 사의 불구 불안 증폭

입력 2011-11-10 00:28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1994년부터 온갖 성추문 의혹 등에도 세 차례 총리직을 수행하면서 53차례 불신임 투표를 이겨냈지만 재정위기와 금융시장의 압박에 밀려 낙마하게 됐다. 그러나 이탈리아 국채 금리가 심리적 저항선인 7%대를 넘어서고 국채 부도 위험을 나타내는 그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8일(현지시간) 하원에서 치러진 2010년 예산 지출 승인안 표결에서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조르지오 나폴리타노 대통령을 만나 사임 의사를 밝혔다. 나폴리타노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경제개혁안 통과 후 사임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사퇴 배경에 대해 이탈리아가 부채를 줄이고 금융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럽연합(EU)에 약속한 경제개혁안 투표는 이르면 다음 주 실시될 예정이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올 들어 재정위기 여파로 자리에서 물러나는 세 번째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지도자가 됐다. 지난 3월 주제 소크라테스 포르투갈 총리는 의회의 긴축안 부결에 사임했고, 지난 7일엔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그리스 총리가 물러났다. 이베타 라디코바 슬로바키아 총리도 지난달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확대안 통과를 위해 총리직을 걸었으며, 내년 조기 총선에서 야당의 승리가 유력한 상황이다.

베를루스코니의 사의 표명에도 채무위기는 악화일로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수익률은 9일 장중 7.4%대까지 급등세를 이어갔다. 수익률이 7%를 넘긴 건 97년 이후 처음이다.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등도 이 시점부터 구제금융을 신청했다. 이탈리아 국채 CDS도 전날 대비 0.38% 오른 5.62%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전날 상승세로 마감한 유럽 주요 증시는 2~3%가량 하락했고, 이탈리아 증시는 4% 이상 빠졌다.

김아진 기자 ahjin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