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SK 수사 확실한 증거로 뒷받침하길

입력 2011-11-09 18:29

검찰이 SK그룹 최태원 회장 형제가 계열사 자금 일부를 빼돌려 개인 선물투자에 유용한 의혹을 본격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해 결과가 주목된다. 검찰은 SK그룹 18개 계열사가 창업투자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에 투자한 2800억원 가운데 1000억원 이상을 최 회장 일가가 빼돌린 것으로 보고 있다. 86개 계열사를 거느린 재계 순위 3위 SK그룹에 대한 수사인 만큼 납득할 만한 성과가 있기를 기대한다.

이번 수사의 초점은 그룹 계열사가 베넥스에 투자한 돈을 누가 주도적으로 빼내 최 회장 일가의 선물투자에 사용했느냐는데 모아진다. 검찰은 회삿돈이 베넥스 대표의 차명계좌를 통해 최 회장의 선물투자를 맡은 SK해운 고문 출신 김모씨에게 건너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돈을 직접 빼돌리는 일은 최 회장 동생이 주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지만 그룹의 수석부회장인 동생이 최 회장 모르게 거액을 빼돌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되지 않는 만큼 검찰은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기 바란다. 기업의 돈을 자기 돈인 것처럼 착각하고 맘대로 빼다 쓰는 악습에 강한 경고를 줘야 할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2003년에도 거액의 분식회계가 적발돼 수감생활까지 한 마당에 아직도 투명 경영을 뿌리내리지 못한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강조할 대목은 최근 검찰 수사가 한명숙 전 총리 사건처럼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사건에서 번번이 무죄 선고를 받아 신뢰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법원이 공판중심주의를 강화하는 추세인 만큼 피의자의 진술에만 의존하지 말고 범죄를 입증할 증거를 찾는 데 주력하기 바란다. 수사 과정에 인권침해가 없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기업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신속하게 결론을 내길 바란다.

이번 사건의 이면에는 SK그룹 내부 사정에 따른 지분싸움이 심해져 이를 만회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말도 들린다. 어쨌든 검찰은 이번 사건을 명쾌하게 처리해 추락한 국민적 신뢰를 만회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아울러 SK그룹도 경영 투명성을 한층 강화해 제2의 도약을 준비하는 디딤돌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