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교권] 욕하고 던지고 때리고… ‘막가는 학생’에 ‘슬픈 선생님’
입력 2011-11-09 21:30
지난 9월 말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 A체육교사(41)가 제자들에게 망신을 당했다. 체육관 청소를 지도하던 중 한 학생이 “아, 빨리 끝내요”라고 항의했다. A교사는 학생의 태도가 불량해 어깨를 밀며 “야”라고 질책했다. 그러자 학생은 “왜 때려, 요즘 체벌 못하게 돼 있잖아”라며 반말로 대들었다. 두 사람 주변으로 학생들이 몰려들었고 A교사는 순간적으로 당황해 “때린 것은 아니고…”라고 말끝을 흐렸다. 학생은 “요즘 학생 못 때리게 돼 있잖아”라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렸다. A교사는 “모든 학생은 아니지만 선생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 용기 있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지는 듯하며 우쭐대는 분위기까지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원단체 총연합회가 9일 공개한 교권추락 사례는 학교 현장에서의 교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학교는 교사가 폭언·폭행을 당해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감추고 일부 학생은 체벌금지를 내세워 교권에 도전하고 있다.
교사들은 이런 분위기에 짓눌려 학생 지도를 사실상 포기하며 무력감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피해 교사들은 교사로서 지도를 제대로 못했다는 자괴감도 있지만 학교 측 눈치를 살펴야 하는 처지라서 속앓이를 하고 있었다.
지난 6월 서울의 다른 중학교에서는 B수학교사(51·여)가 봉변을 당했다. 수업시간에 만화책을 보는 2학년 남학생에게 주의를 줬지만 학생은 무시하고 만화책을 계속 읽었다. B교사는 만화책을 뺏고 만화책으로 학생의 어깨를 밀었다. 학생은 “왜 때려, 선생이 선생다워야 공부를 하지”라며 반말로 대들기 시작했다. 교사는 창피하고 당황스러웠지만 학생을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허사였다. 학생은 분이 풀리지 않았는지 계속 폭언을 퍼부었고 수업 분위기는 엉망이 됐다. B교사는 수업 뒤 학생을 교무실로 데려갔지만 학생은 폭행당했다고 주장하면서 교육청에 신고하겠다고 위협하기까지 했다. 학생의 부모가 학교에 온 뒤 상황이 진정됐지만 학생은 수업시간에 만화책을 본 것에 대한 벌점 외에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지난 6월 초 전북 전주시의 중학교에서는 C국어교사(40·여)가 수업도중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C교사는 수업 태도가 불량한 학생에게 주의를 줬지만 말을 듣지 않았다. 재차 주의를 받은 학생은 “기분 나쁘게 한다”면서 교사의 머리를 세 차례 때렸다. C교사는 이 사건을 교총에 알리면서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고 한다.
전주시의 사례는 교총이 접수한 교권 실추 사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교총은 지난 6월 말 3일 동안 전국에서 교권 실추와 관련한 투서를 받았고 186건이 접수됐다. 경기도 의왕시에서는 몸이 불편한 교사가 수업을 마치고 나가려는데 학생들이 문을 막고 못 나가게 장난을 치고, 경기도의 한 초등학교에서는 수업 중 휴대전화에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듣는 것을 지적하며 휴대전화를 압수한 40대 여교사에게 학생이 의자를 던진 일도 있었다.
교총 관계자는 “초등학교 고학년과 중학교 학생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의 호소가 많이 접수되고 있다”면서 “고등학교의 경우 선생님들과 학생들이 입시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교권 실추와 관련한 신고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도경 김미나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