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주유소 삐걱… 현대오일뱅크 불참 선언
입력 2011-11-09 21:35
국내 정유4사 가운데 현대오일뱅크가 정부의 ‘알뜰주유소’ 추진계획에 불참키로 했다. 이에 따라 석유공사와 농협중앙회를 통해 석유제품을 대량구매해 주유소에 싸게 공급함으로써 기름값을 낮추겠다는 정부 계획이 출발부터 삐걱거리게 됐다.
현대오일뱅크는 9일 보도자료를 통해 “대산공장의 생산수급과 현재의 판매 규모 및 물류시설 등을 고려할 때 대규모 물량을 한꺼번에 추가로 배정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려워 불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그동안 현대오일뱅크를 믿고 오랫동안 거래관계를 유지해 온 전국 2400개 주유소 및 대리점 고객에게 자칫 피해가 갈 수 있고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저버리게 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또 “주유소에서 제공하는 각종 사은품과 무료세차 서비스, 심야영업 등을 축소하고, 셀프 주유소도 현재 100곳에서 배 이상 늘리는 등 원가절감을 통한 국민고통 분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현대오일뱅크가 불참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회사 사업구조가 원유를 수입·정제해 수출하거나 주유소에 판매하는 단순한 형태여서 알뜰주유소에 기름을 저가에 공급했다가 손실이 나면 이를 만회할 사업분야가 없다는 고민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 후발주자인 현대오일뱅크는 다른 업체들처럼 석유화학제품이나 윤활유, 자원개발, 신재생에너지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지 못했다. 따라서 국내경질유 시장의 4∼5%에 해당하는 대규모의 입찰에 참여했다가 손실이 생기면 회사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오일뱅크가 불참을 선언하자 그렇지 않아도 정부 압력을 못 이겨 마지못해 입찰하려던 SK에너지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도 머뭇거리고 있다. GS칼텍스 측은 “순전히 돈이 되는지 경제성을 보고 판단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SK에너지 관계자는 “입찰참여 가능성은 현재로선 반반”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물밑에서 이들 업체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