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지키려다 우리마을 수몰”… 외곽지역 주민들 “침수 희생양” 반발

입력 2011-10-31 18:07

태국 정부가 수도 방콕 사수를 위해 다른 지역을 희생시키면서 민심이 악화되고 있다.

태국은 지난 주말 홍수와 바닷물 만조(滿潮)가 겹치며 수도가 침수될지도 모르는 최악의 고비를 맞았다. 정부는 수도 사수를 위해 방콕 북쪽과 서쪽 등에 물길을 막는 모래주머니 제방을 임시로 설치했다. 이에 방콕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침수 피해를 입지 않았다.

문제는 방콕으로 유입되는 물을 막는 바람에 외곽 지역이 고스란히 수마의 희생양이 됐다는 점이라고 뉴욕타임스(NYT)가 30일 지적했다. 방콕 교외에 사는 주민들은 차라리 제방이 무너지길 바랄 정도다. 방콕의 서쪽 외곽에 거주하는 공장노동자인 세크산 손삭(43)은 “우리 집은 흙탕물로 가득 차 있고, 썩은 물고기가 떠다닌다”며 “아무리 수도를 구하려는 대의가 있다고 해도 서민들의 피해가 너무나 크다”고 분개했다.

홍수가 밀려온 북쪽 상황은 더 심각하다. 싸이마이 지역 민심은 폭발 일보 직전이다. 지난 28일에는 이 임시 제방을 무너뜨리려던 한 남자가 경찰에 체포돼 감옥에 수감됐다. 제방 바깥쪽의 집들은 거의 1m가량 침수돼 있는 상태다.

방콕 내에서도 짜오프라야강 수위를 낮추기 위해 도심 하수구로 빗물을 흘려보내면서 저지대 침수는 계속되고 있다.

이에 비해 방콕 시내 안에 위치한 왕궁은 입구와 내부 일부가 발목 높이까지 물이 찼다가 빠지는 상황이 반복되고는 있지만, 관광도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상태다.

NYT는 “잉락 친나왓 총리가 ‘수도가 무너지면 안 된다’는 논리로 다른 지역의 희생을 강조하고 있지만 성난 민심을 되돌리긴 힘들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태국 정부는 장기적인 치수 사업과 복구 작업에 9000억 바트(32조607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

양지선 기자 dybs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