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학교수 해킹한 기무사, 기강해이 점검해야

입력 2011-10-31 17:37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요원들이 조선대 교수의 이메일 등을 해킹한 사실이 밝혀졌다. 1990년 기무사의 전신인 국군보안사령부 소속 윤석양 이병의 양심선언으로 대규모 민간인 사찰의 실상이 폭로된 이후 21년이 지났지만 아직 우리 군이 대민 사찰이라는 오명을 제대로 떨쳐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충격이다.

사건을 조사해온 국방부 조사본부에 따르면 기무사 현역군인 2명과 군무원 2명이 조선대 교수의 이메일 등을 여러 차례 해킹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 전력이 있는 해당 교수가 군을 상대로 강의를 해오면서 군 고위 관계자들에게 접근을 시도해 이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해킹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사목적의 정당성 여부를 따지기 전에 이번 사건은 용납될 수 없다. 법을 집행하는 기관이 법에 엄격히 규정된 영장 발부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해킹이라는 불법적 수단을 동원한 것은 스스로의 존재기반을 침식하는 행위다. 더구나 기무사의 일차적인 수사대상은 군인이나 군무원이며 민간인의 경우 수사가 엄격히 제한돼 있다.

군 정보 및 수사기관의 민간인 사찰 문제는 군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를 무너뜨린다. 이는 국가권력의 정당성 훼손으로 이어지며, 결국 국가안보라는 가치를 뒤흔들게 된다. 그런데도 2009년 8월 쌍용차 노조 파업 과정에서 기무사 간부가 야당 관계자 등을 사찰한 데 이어 또다시 이번 사건이 터졌다. 군으로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군 당국은 우리 군의 대민 봉사의식이나 법 절차 준수 의식 등 기강이 해이해진 게 아닌지 철저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건 당사자들이 사찰 내역이 담긴 컴퓨터 증거자료를 폐기하는 등 조직적으로 범행한 의혹이 있는 만큼 추가 수사를 통해 상부개입 의혹 등을 치밀하게 규명해야 할 것이다.

최근 인터넷 종북 세력의 확산과 육군사관학교 동창생들에게까지 미친 북한의 사이버 공격이 우리 사회의 큰 도전이 되고 있다. 기무사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지키는 데 신명을 다하는 복무태도를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