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공동체 희망을 쏜다-(1부) 마을 기업, 희망의 공동체] ⑥ 경남 남해군 두모마을
입력 2011-10-31 22:19
어촌에 카약 띄웠더니… ‘해양레포츠 마을’로 떴다
“마을기업이 출범하기 전까지는 조개잡기나 맨손 고기잡기가 주요 체험 종목이었습니다. 그런데 마을기업을 설립하면서 체험 종목을 다각화했습니다. 카약, 스노클링, 바다래프팅 등 각종 해양레저·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특화한 겁니다.”
지난 27일 오후 수려한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경남 남해군 두모마을 주민들은 입을 모았다. 아름다운 풍광에 ‘보물섬’이라 불리는 이곳이 해양레포츠 체험 인기 장소로 거듭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여름 이곳에는 카약, 카누 등 해양레포츠를 즐기려는 피서객들의 인파가 줄을 이었다. 이제 외국인 관광객들도 즐겨 찾는 곳이 됐다. 지난해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지 불과 1년 만이다. 그 사이 두모마을 공동체는 제법 체계를 갖추면서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뒀다.
카약, 카누 등 해양레포츠 도입으로 두모마을에 올해 8월 말 현재 1만9000여명의 체험객이 다녀갔으며, 1억7000여만원의 수익을 안겼다. 올해 두모마을 체험 수익은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두모마을 체험객 수는 1만2000여명이었다. 개매기 체험, 농특산물 판매, 부녀회 음식판매, 체험관, 민박 등으로 올린 마을 수익은 1억1000여만원에 달한다.
두모마을은 74가구, 주민 143명이 사는 반농·반어 마을이다. 2005년 농림부 지정 녹색농촌체험마을, 2007년 환경부 지정 자연생태우수마을로 지정됐다. 당시 마을엔 특별한 수익사업이 없었다. 이를 고심하던 ‘젊은’ 이장(당시 43세) 정장백씨는 녹색농촌체험마을 체험장을 조성하고, 휴경 농지를 이용해 유채·메밀 등을 심어 봄, 가을 관광객이 찾아올 수 있도록 준비했다. 2007년 유채꽃 필 무렵 개매기 축제를 시작으로 두모마을은 체험마을로서 명성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자발적인 공동체를 만들어 지역 실정에 맞는 안정된 소득과 일자리를 만들어 낸 게 토대가 됐다.
그러나 남해군에만 농산어촌체험마을이 15곳에 이르면서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절실해지기 시작했다. 이때 새롭게 부상한 것이 카약이었다.
이곳 어촌 마을에 카약으로 변화의 새바람을 일으킨 주인공은 고병국(42)씨다. 남해카약클럽 대표인 고씨는 오랜 해외생활로 접한 카약 등 무동력 해양스포츠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남해군의 자연 조건과 기후, 환경 등 해양스포츠 육성 조건을 다각도로 분석하고 비전을 제시했다.
전문강사가 카약 강습과 체험을 안내하는 체험장을 연중 운영했다. 이외에도 스노클링, 리컴번트 자전거 트레킹, 맨손 고기잡기, 유채꽃, 메밀꽃 축제 등 다양한 녹색 레포츠를 즐길 수 있다.
특히 올해부터 카약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한 두모마을은 1시간 정도 교육을 받으면 온 가족이 함께 뱃놀이를 즐길 수 있는 코스를 마련했다. 일정 수준에 오르면 카약에 몸을 실은 채 마을 앞에 떠 있는 노도까지 다녀올 수 있다.
두모마을이 성공적인 마을기업 사례로 꼽히는 것은 농어촌 재건의 씨앗을 피우려는 마을 주민들의 적극적인 사고방식과 부자마을을 만들겠다는 결연한 의지였다. 여기에 손대한·배귀준 운영위원장, 정장백 현 이장 등 마을 지도자들의 역할이 더해졌다.
정 이장은 “두모마을은 천혜 자연경관과 조상들이 해 오던 어로방식을 체험화해 많은 관광객들에게 재미와 즐길거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마을기업에서 하는 카약을 체험화해 선진해양 레저를 즐기기 위해 마을을 찾는 체험객이 많아지도록 전 주민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마을 정비사업도 계획하고 있다. 또 마을 내 캠핑장 증설, 바닷가 체험 진입로 확장, 레저장비 안전사고 예방 등 개선이 필요한 부분에 대해 행정적인 지원도 요청하고 있다.
손대한 마을기업 대표는 “체험 프로그램에만 치중하다 보니 손님이 한정돼 있었는데, 마을기업으로 카약을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스포츠와 체험 프로그램이 연계돼 지난해에 비해 200%에 육박할만큼 성장했다”고 말했다.
마을주민 모두가 마을기업의 주인으로 참여하고 있다. 수익은 공동으로 관리하고, 의사결정 역시 주민 모두가 참여하는 총회에서 이뤄진다.
마을기업은 단순히 지역주민의 친목 도모를 위한 공동체가 아니라 이익을 창출하는 기업 조직인 만큼 무엇보다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자립여건’을 추구하고 있다.
손 대표는 “자립을 위해 경영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한 수익 창조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장기적으로 지역 기업이나 경제단체, 각종 협동조합, 대학 등 다양한 지역 발전의 주체들과 긴밀히 협조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남해=이영재 기자 yj311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