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감소 덕택에… ‘쑥스러운’ 경상수지 흑자 증가

입력 2011-10-28 18:46


9월 경상수지 흑자 폭이 전월보다 크게 늘었다. 하지만 기업의 투자 부진으로 야기된 자본재 수입 감소가 주요 원인인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상 수입 감소에 따른 ‘불황형’ 흑자로 오히려 수출 잠재력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은 ‘9월 국제수지’(잠정)에서 지난달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31억 달러로 전월 2억9000만 달러보다 28억1000만 달러 늘었다고 28일 밝혔다.

이 중 상품수지 흑자규모는 승용차, 철강제품, 석유제품 등의 수출 호조로 전월 3억7000만 달러에서 23억70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수출이 전월보다 18억 달러 이상 늘었지만 수입은 1억5000만 달러 감소했다. 9월 수출은 엔고에 따른 반사효과 영향이 컸던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전년 동월 대비 수출증가율은 9월 18.8%로 8월(25.5%)과 7월(21.1%)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하루 평균 수출증가율도 9월이 13.4%로 전월(25.5%)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수입 부문은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자본재 수입은 119억8000만 달러로 전월보다 14억7000만 달러(10.9%)나 급감했다. 지난해 같은 달보다는 4.5% 증가하는 데 그쳐 2009년 10월(-13.2%) 이후 2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을 나타냈다. 소비재 역시 국내 소비 부진 영향으로 수입이 전월보다 1억1000만 달러 줄었다.

한은 김영배 경제통계국장은 “유럽발 재정위기에 따른 시장의 불안감 때문에 기업이 설비투자를 늦추거나 축소해 자본재 수입이 줄었다”며 “(수입 감소에 따라) 흑자 폭이 늘어난 것은 나중에 성장력 제약으로 작용될 수 있기에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최근의 선진국 재정위기 해결이 쉽지 않아 불황형 흑자기조가 지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국내 투자 부진 상황을 감안할 때 9월 경상수지는 불황형 흑자로 볼 수 있다”면서 “상품 제조의 근간을 이루는 자본재 수입 감소는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경쟁력을 위축시켜 경상수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은 김중수 총재도 전날 열린 포럼에서 “내년에 대외 여건 악화로 수출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경상수지 흑자규모가 애초 전망치인 170억 달러보다 축소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서비스수지와 이전소득수지는 환율 상승 영향으로 모두 전월의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서비스수지는 환율 부담에 따른 해외여행 자제가, 이전소득수지는 국내 거주자들이 대외송금을 늦춘 점이 흑자전환 요인이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