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황세원] 금감원 ‘퇴직 바람’ 금융감독 체계 퇴보 부를라

입력 2011-10-27 18:47

금융감독원이 흔들리고 있다. 오는 30일 공직자윤리법 시행을 앞두고 퇴직했거나 사표를 내겠다는 인력이 40∼50명에 달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흔들림이 금융감독 체계 전반의 퇴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권혁세 금감원장은 2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퇴직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나갈 분은 나가고 (들어올 분은 들어와) 순환이 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일견 맞는 말이다. 금감원의 연평균 퇴직자 수로 볼 때 올해 퇴직자가 유난히 많지는 않다. 다만 예년에 금융권 감사로 재취업하던 1·2급들이 저축은행 사태 등 영향으로 거의 나가지 않은 대신 입사 6년차부터 팀장급까지 30∼40대, 그중에서도 변호사 회계사 IT전문가 등이 대거 나가고 있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금감원 전체 인력의 77%를 차지하는 4급 이상 직원들에게 의무적으로 재산을 등록하고, 5년간 맡았던 업무 관련 업종의 재취업을 2년간 제한하기 때문이다.

권 원장의 말대로 금감원은 인력 순환 폭이 큰 조직이다. 올해 저축은행 집중 검사를 앞두고 전문 인력 30여명을 채용했듯이 금융권 흐름과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인력을 뽑아왔다. 직원들이 전문성을 살려 금융업계 등으로 진출하는 예도 많았다. 금감원이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금융업계에 끌려가지 않고 주도적으로 감독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순환이었다.

하지만 이번 퇴직 바람이 우려되는 것은 ‘닫힌 구조’를 앞둔 마지막 탈출 러시라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재취업이 금지되면 시장 흐름을 잘 아는 전문 인력 채용이 어려워질 것”이라며 “남은 사람들은 복지부동하고 줄 잘 타서 오래 남기만 바라게 되지 않겠느냐”고 했다. 직원들이 인사권을 쥔 관료 눈치만 본다면 정부의 ‘금융관치’를 견제하기는커녕 끌려다니기만 할 가능성도 크다.

여기에다 고인 물은 썩는다. 그동안 저축은행 비리 등으로 처벌받은 금감원 직원들은 조직 내에서 별다른 미래를 찾지 못 하던 사무직들이었다. 물론 비리의 싹은 철저히 캐내야 한다. 그러나 비리를 척결한다며 비리에 더 취약한 조직, 전문성 떨어지는 조직을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금감원장과 정부는 돌아봐야 한다.

황세원 경제부 hws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