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후폭풍] 박근혜 전 대표 “국민들 정치권에 화 많이 나 있어”

입력 2011-10-27 18:38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27일 10·26 재·보궐선거 결과와 관련, “국민들이 정치권에 화가 많이 나 있다고 느꼈다”면서 “정치권 전체가 크게 반성하고 새로이 거듭나지 않는다면 정치권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광주에서 열린 대변인격인 이정현 의원의 출판기념회 참석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을 만나고 얘기를 듣고 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패배로 ‘박근혜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에 “언론에서는 대세론이 어떻고 그런 이야기를 하는데 원래 대세론이란 없는 것”이라고 했다. 박 전 대표 핵심 측근은 “박 전 대표는 평소 대세론이란 용어를 쓰지 않을 뿐 아니라 그런 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 컸다”고 말했다.

박 전 대표는 한나라당의 서울시장 선거 패배에 대해 “정치권에 대한 불신, 약속과 신뢰가 무너진 데 대한 배신감, 생활고를 해결해 주지 못한 무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심판”이라고 진단했다.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을 찍었던 20∼40대가 돌아섰다’는 지적에는 “세대 간 차이가 있긴 하지만 세대를 막론하고 국민 마음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선거 패인에 대해 젊은 세대도 그렇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는 “어쩔 때는 지지했다가 실망하면 반대로 돌아서는 것이 민심·천심이기에 정치권이 국민 목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어떻게 하면 잘 부응할까, 희망을 드릴까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으면 (마음을 얻기가) 어렵다”고 강조했다.

지도부 책임론, 비대위 구성 등 당내 쇄신 논의와 관련, 박 전 대표는 “전에도 선거 결과에 따라서 비대위를 구성하는 일이 있었지만 제대로 된 반성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금까지 온 것”이라며 “중요한 건 진정한 변화를 이뤄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한 실천과 의지가 없다면 또 말로 끝나게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 전 대표는 이날 당 쇄신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하거나, 향후 행보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측근 의원은 “박 전 대표가 당장 전면에 나설 수 있겠느냐”며 “당내 쇄신 노력 등 일련의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가 ‘더 많은 분들을 만나겠다’고 밝힌 만큼 다양한 규모의 만남을 자주 가지면서 민심 속으로 들어가 접촉면을 넓힐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각에선 20∼40대 표심 공략을 위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청춘콘서트’와 같은 방식 등도 거론되지만 박 전 대표 본인 스타일을 유지하며 젊은층과의 소통 기회를 넓혀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광주=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