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후폭풍] 부산 동구 참패로 상처 입었지만… ‘정치인 문재인’으로 거듭날 기회

입력 2011-10-27 21:38

26일 치러진 부산 동구청장 보궐선거 참패에 대한 야권 내 평가는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큰 상처를 입었다’로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정치인 문재인에게는 보약’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 이사장은 투표일을 앞둔 마지막 이틀 동안 동구에서 살았다.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성격임에도 인사를 받지 않는 행인을 쫓아가 악수를 청할 만큼 적극적으로 뛰었다. 하지만 두 번이나 동구를 찾은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를 이겨내지 못했다. 김영춘 민주당 최고위원은 27일 “문 이사장을 보고 ‘서울에서 왔어요?’라고 되묻더라. 얼굴은 알지만 ‘부산 정치인’이라는 인식이 없다”며 “반면 박 전 대표에게는 정치적으로 일체감을 느끼더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패배가 문 이사장의 패배는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문 이사장은 선거 결과에 대해 “부산 동구를 다니면서 변화를 바라는 시민의 마음을 거듭거듭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을 주고 유권자들의 지지를 받으려면 단순한 선거연대와 후보 단일화로는 부족하더라”고 말했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은 “심판을 원하는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며 “문 이사장의 인지도는 큰 변수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번 선거는 문 이사장에게 통합의 필요성을 ‘머리’가 아닌 ‘몸’으로 절감하게 했다고 한다. 그는 “제 정당과 협의하고 설득하고 중재하면서 대통합을 위한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은 과제는 내년 총선에서의 역할이다. 김 최고위원은 “부산에서 출마해 선두에 서서 바람을 일으키는 게 가장 크게 기여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문 이사장의 총선 출마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그가 현실 정치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