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6 재보선 후폭풍] 票로 확인된 서울 민심이반… 與의원들 “나 떨고있니”

입력 2011-10-27 18:29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가 공개되면서 서울에 지역구를 둔 한나라당 의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내년 4월에 치러질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불과 6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같은 당 나경원 후보의 득표율을 통해 이반된 서울 민심의 실체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은 2008년 4월 9일 치러진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서울 48개 선거구 중 40곳에서 당선자를 배출하며 압승했다. 당시 통합민주당은 7곳, 창조한국당은 1곳에서 이겼을 뿐이다.

그러나 이번 보선을 통해 드러난 서울 민심은 180도 달라졌다. 나 후보가 박원순 시장보다 높은 지지율을 얻은 선거구는 강남 3구의 6곳과 용산구 1곳 등 7곳에 불과했다. 4년 전 통합민주당이 얻은 서울시 지역구 수와 똑같다.

한나라당의 퇴조세는 특히 강북지역에서 뚜렷했다. 지난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강북지역 26개 선거구 가운데 4곳만 제외하고 모두 승리했다. 당시 용산의 경우 한나라당 진영 후보(58.0%)와 통합민주당 성장현 후보(29.4%) 간 지지율 격차가 무려 28.6% 포인트나 됐다. 이 밖에도 두 자릿수 이상의 지지율 격차를 보인 선거구도 서대문을 선거구를 포함해 7곳이나 됐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강북지역에서 박 시장에 비해 지지율 우세를 보인 곳은 용산구 단 1곳뿐이었다. 그나마 격차도 3년 만에 3.7% 포인트 차이로 크게 줄었다. 한나라당 후보와 야당 후보 간 격차가 27.0% 포인트까지 벌어졌던 서대문을 지역은 오히려 한나라당 나 후보가 박 시장에게 15.2% 포인트나 지지율이 뒤지는 열세 지역으로 둔갑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와 야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가 20.7% 포인트 났던 동대문갑 지역도 이번에는 박 시장 지지율이 나 후보보다 9.8% 포인트 앞서는 선거구로 뒤바뀌었다.

전통적으로 야당 강세 지역이었지만 지난 총선에서는 한나라당 후보가 약 1∼2% 포인트의 지지율 차이로 통합민주당 후보를 눌렀던 금천, 관악갑 등도 이번에는 나 후보 지지율이 심할 정도로 낮게 나왔다. 나 후보는 이들 지역에서 35∼40%대 지지를 얻는 데 그쳐 박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18∼28%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반면 서초·강남에서 한나라당 강세는 여전했다.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 이혜훈 의원에게 무려 75.0%의 표를 몰아준 서초갑 지역은 이번 선거에서도 나 후보에게 61.9%의 압도적 지지를 보냈고 같은 당 이종구 후보가 64.9%를 득표한 강남갑 지역도 나 후보 득표율은 64.8%나 됐다.

하지만 송파구의 여당 지지세는 주춤한 양상이다. 박영아 의원(송파갑)과 유일호 의원(송파을)은 지난 총선에서 각각 61.6%, 62.0%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 이번 보선에서 이들 두 지역의 나 후보 득표율은 각각 52.4%와 53.5%로 3년 전보다 7∼9% 포인트 하락했다. 총선 때 두 지역의 한나라당 후보와 통합민주당 후보 간 지지율 격차는 25∼26% 포인트였던 반면, 이번에 나 후보와 박 시장 간 격차는 5∼7% 포인트에 불과했다.

노용택 유동근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