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 만의 전화 “사장님, 저 목사 됐어요”
입력 2011-10-27 18:06
진새골 사랑의 집 주수일 이사장-스리랑카 반둘라·카마르 목사의 뜻깊은 만남
그는 대학 때 고 하용조 목사, 홍정길 목사 등과 함께 한국대학생선교회에서 제자훈련을 받았다. 그 역시 선교에 헌신하겠다고 서원했다. 그는 고민했다. ‘저들은 목사여서 직접 선교하면 되는데, 목사가 아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러던 중 스리랑카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작은 공장을 세웠다. 그는 선교를 위해 공장에 취업한 현지인 12명을 뽑아 한국 본사에 보냈다. 이들을 교회로 인도했다. 하지만 대부분 다니다 말았다. 그저 그런 줄 알았다. 17년이 지난 어느 날 전화가 왔다. 12명 중 1명인데, 다른 1명과 함께 목사가 됐다고 했다. 커다란 선교의 열매였다. 스리랑카의 목회자 대표로 한국을 방문한다고 했다.
진새골(진리로 새로워지는 골짜기) 사랑의 집 주수일 이사장과 스리랑카 캔디 시의 굳세퍼드교회 반둘라(44), 카마르(49) 목사의 은혜스러운 이야기다. 굳세퍼드교회는 성도가 500여명이다. 스리랑카가 불교의 나라인 것을 감안하면 아주 큰 교회다.
최근 본사를 방문한 두 목회자는 “‘거룩한 부담감’이 오늘의 나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17년 전 스리랑카에 돌아갔을 때 이들은 자기들만 예수 믿고 구원받을 게 아니라 가족, 이웃, 나아가 민족도 구원받게 해야 한다는 부담을 느꼈다. 그래서 먼저 주변 사람 4명을 모아 놓고 성경을 가르쳤다. 이때 모인 이들이 복음을 받아들이고 사람들을 데려왔다. 그중에는 암환자 등 아픈 사람들도 있었다. 이들을 위해 기도하자 병이 나았다. 회복된 이들은 사람들을 또 데려왔다.
사람들은 반둘라와 카마르를 목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내친 김에 스리랑카의 한 신학교에 입학, 2년 동안 공부했다.
이 간증을 미국의 한 선교단체에 보냈다. 그랬더니 전액 장학금을 주겠다며 미국에서 공부하라는 연락이 왔다. 반둘라 목사는 댈러스의 ‘크라이스트 포 더 네이선’ 신학교에서 공부하고 스리랑카로 돌아왔다. 이후 카마르 목사와 함께 본격적인 사역에 나섰다. 지금은 감옥, 병원 선교에서 열매를 맺고 있다. 특히 정부의 허가를 받아 감옥 선교를 하고 있다.
이번 방한은 지난달 열린 국제교회성장대회(CGI)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지역교회 60여 곳의 연합회장 자격으로 왔다.
주 이사장은 이들의 연락을 받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그는 “그때 전도한 외국인 노동자가 크리스천 리더가 돼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예수를 전할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며 “사람이 하나님을 만나면 기적이 일어난다는 김장환 목사의 말이 생각난다”고 감격했다.
이 두 목회자의 비전은 제자 양육이다. 자기들처럼 말씀으로 훈련시켜 리더로 키우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정 사역을 하는 진새골 사랑의 집을 둘러본 두 목회자는 스리랑카에서 가정 사역을 하고 싶다고 했다. 진새골 사랑의 집은 주 이사장이 운영하는 칠성섬유㈜ 외 5개 기업체가 출연, 가정사역을 위해 경기도 광주 초월면에 세운 사회복지법인이다. 반둘라 목사는 “가정이 중요하지 않은 나라가 없고 가정의 문제가 없는 나라가 없다”며 “주 이사장을 멘토로 스리랑카의 위기 부부를 회복시키는 일에 헌신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