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이 북적대는 미래도시 신기하네∼ 일산 킨텍스 ‘로보월드’ 르포
입력 2011-10-27 21:47
편의점 안으로 행색이 수상한 사람이 들어서자 천장에 설치된 모노레일을 따라 공 모양의 모니터링 로봇이 따라다니며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다. 소방관 접근이 어려운 화재 현장에 투입된 탱크형 소방로봇은 물을 뿌리며 불길을 잡는다. 티케팅 로봇이 끊어준 표를 들고 입장한 극장에선 로봇이 연주하는 댄스음악에 맞춰 군무를 추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들의 쇼가 펼쳐진다. 유치원에선 교육용 로봇이 재밌는 게임을 통해 외국어 학습을 진행한다. 거리엔 청소용 로봇이 쓰레기를 줍고 있다.
27일 경기도 일산 킨텍스에서 개막한 ‘로보월드 2011’ 행사장 안에 5670㎡ 규모로 설치된 ‘로보 시’(robot 市)’에서 일어나는 실제 상황이다. 총 33종의 로봇이 북적대는 상가와 거리를 거닐던 관람객 정경석(34)씨는 “만화책 속 장면이 현실화된 느낌”이라고 말했다.
올해로 6회째인 로보월드 행사는 국내외 167개사 750개 부스가 설치됐다. 2006년 1회 때보다 배로 커졌다. 전시된 로봇들을 살펴보는 관람객의 눈길엔 호기심이 가득했다. 쉴새 없이 움직이는 거대한 자동차 조립용 로봇 팔은 행사장에 역동성을 불어넣었다.
단체관람을 온 유치원생들은 교육용 로봇과 게임을 벌이며 떠들어댔다. 30㎝ 크기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공 던지기 놀이를 하던 한 남자 어린이는 같이 온 부모에게 로봇을 사달라고 졸라대기도 했다. 소형 블록 등을 이용해 간단한 로봇을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부스도 많았다.
성인 관람객들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이 공개한 휴머노이드 로봇 ‘키보’ 앞을 떠날 줄 몰랐다. 사람처럼 걷고 표정짓는 모습에 감탄했다. 이날 열린 개막식 행사에서는 키보와 같은 형태의 로봇인 나오(프랑스), 찰리(미국)가 로보데스피안(영국)의 사회로 무대로 걸어나와 인사하고 다양한 포즈를 취해 박수갈채를 받았다. 옷처럼 입는 하체 근력 증강용 로봇과 거미처럼 걷는 네발 보행형 로봇, 정찰용 무선 비행 로봇 등도 인기를 끌었다.
국내 로봇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06년 7197억원이던 로봇산업 규모(생산액 기준)는 지난해 1조7848억원으로 4년 만에 2.5배 성장했다. 지경부 박정성 로봇산업과장은 “현재 제조업 중심의 로봇산업을 국방·의료·노인·교육 등 전문 서비스와 개인 및 가정용 서비스 영역으로 확장해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로보월드 2011’ 행사는 30일까지 열린다.
고양=김정현 기자 kj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