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안철수 날개 달아…박근혜 전 대표 영향력 압도
입력 2011-10-27 01:06
26일 치러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당선됨으로써 ‘안철수 돌풍’이 다시금 확인됐다. 안풍(安風)이 비단 이번 보선에만 그치지 않고, 앞으로의 정치권 개편이나 차기 대선을 둘러싼 잠룡들 간 역학 구도에도 계속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이번 선거를 통해 화려하게 정치권에 데뷔했다. 지지율 5%에 그쳤던 무소속 후보를 지지율 50%에 육박하도록 만든 데 이어 선거를 이틀 앞두고 “선거참여로 행동에 나서라”는 강력하고 직설적인 메시지로 박 후보 승리를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안 원장은 자신의 목소리만으로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조직력을 무력화시켰고,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인 박근혜 한나라당 전 대표의 영향력을 압도함으로써 기존 정치판을 뿌리째 뒤흔들었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그의 파괴력이 ‘정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에서 실증됨으로써, 향후 대권 행보에 ‘날개’를 단 게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기성 정치권은 그의 차후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안 원장 주변 사람들은 이미 지난해 말부터 한나라당 출신인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 민주당 중진인 K 전 의원을 접촉하는 등 ‘제3세력’의 정치세력화를 타진했었다. 이 때문에 안 원장 본인도 대선 출마 등 정치적 행보를 고민하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런 생각이 전혀 없이 박 후보를 두 차례나 공개지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굳이 신당 창당 등 ‘자체 세력화’를 서둘지 않고서도, 그가 “한나라당의 정치적 확장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반복해서 밝혔던 것처럼 내년 총선에서도 재차 같은 목소리를 내면서 영향력을 유지해 나갈 가능성도 있다. 아울러 박 후보를 연결고리로 민주당, 친노무현계 세력, 시민세력 등 범야 세력과 손잡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여의도 주변에서는 안 원장이 대학 겨울방학 시작시기(12월 말)부터 정치적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거나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이란 얘기도 있다. 일각에서는 야권이 아니라 여권 인사들과 교감한다는 소문도 나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