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도심도 물에 잠길 가능성”… 만조 유입 주말이 고비
입력 2011-10-26 21:44
최악의 홍수 피해가 계속되면서 태국의 수도인 방콕 도심도 침수될 위기에 처했다.
잉락 친나왓 태국 총리는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상류지역에서 대규모의 강물이 흘러 내려오고 있어 방콕 외곽의 홍수 제방이 견디지 못할 수도 있다”며 “방콕 도심이 침수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총리가 방콕 도심의 침수 가능성을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어 “최대 1.5m 높이의 강물로 인해 홍수 피해가 2∼4주간 이어질 것”이라면서 “시민들은 고지대로 대피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수 피해는 이미 국가기간시설로 확대됐다. 태국 최대의 국내선 공항인 돈므앙 공항은 침수돼 전날 오후부터 운항이 전면 중단된 상태다. 돈므앙 지역 주민 4000명도 인근 촌부리 지역으로 대피했다. 태국 제1의 공항이자 국제공항인 쑤완나품 공항은 고지대에 위치하고 있어 아직까지는 정상 운영되고 있다.
방콕 시내 슈퍼마켓에는 마실 물과 달걀 같은 생필품이 동이 났다. 수돗물도 흙탕물이 유입되고 냄새가 심해져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불어난 물 때문에 질병과 감전사뿐 아니라 독사나 악어에 의한 피해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번 홍수는 주말에 최대 고비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28∼31일 만조 때 유입되는 바닷물과 불어난 차오프라야 강물이 합쳐질 경우 대재앙이 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랑싯 대학의 기후변화재난센터 세리 수파라티드 소장은 “방콕의 운명은 차오프라야 강의 제방에 달려 있다”면서 “제방이 무너지면 방콕의 모든 지역이 침수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태국 정부는 시민들이 홍수 피해에 대비할 수 있도록 방콕을 포함한 21개 지역에 27∼31일을 공휴일로 선포했다. 교육부는 다음 달 7일까지 휴교령을 내렸다. 방콕 주변 교도소 3곳에서는 재소자 800여명을 대피시켰다.
지난 3개월간 계속된 홍수 피해로 지금까지 373명이 숨지고 전 국토 가운데 3분의 1이 침수됐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피해 규모는 최대 5000억 바트(약 18조33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