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10·26 재보선] 시민운동가에 거대 여당 침몰…무소속 박원순, 나경원 꺾고 서울시장 당선

입력 2011-10-27 01:01


무소속의 시민사회 후보가 사상 처음 집권여당 후보를 꺾고 인구 1000만의 서울시를 접수했다. 기성 정치권에 신물이 난 성난 유권자들이 제1야당에 이어 집권여당까지 심판한 것으로 10·26 재·보궐선거 결과가 여의도 정치에 격변을 불러올 전망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무소속 박원순 후보는 26일 실시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81.2%가 개표된 27일 0시30분 현재 174만5439표(53.2%)를 얻어 152만3579표(46.4%)를 득표하는 데 그친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6.8% 포인트 격차로 누르고 당선됐다. 무소속 배일도 후보는 1만1989표(0.4%) 득표에 머물렀다. 박 후보는 안국동 선거사무실에서 가진 당선 회견에서 “시민이 권력이 이겼고 투표가 낡은 시대를 이겼다”고 말했다.

무소속 후보가 야권통합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을 참패시킨 데 이어 본선에서 한나라당에 압승을 거둔 것은 이변으로 통한다.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박 후보 지지선언이 젊은층의 투심을 자극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향후 기성 정치권의 위상이 크게 약화되고 대신 시민사회 등 ‘제3세력’의 영향력이 급속히 확대될 것이란 시각이 많다. 현재 진행 중인 야권 대통합 작업이나 내년 4월 총선 및 12월 대선에도 충격파를 날리면서 정치권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안철수 돌풍’이 더욱 거세져 독자적인 정치세력화할 가능성과 함께 안 원장의 부상으로 여권 유력 차기 주자인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위상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투표는 오전 6시~오후 8시 전국 42개 선거구에서 실시돼 서울시장과 기초단체장 11명, 광역의원 11명, 기초의원 19명을 새로 선출했다. 박 전 대표와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대리전 양상이었던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정영석(51.08%) 후보가 민주당 이해성(36.59%) 후보를 가볍게 눌렀다. 박 전 대표와 민주당 손학규 대표의 유세전이 치열했던 강원도 인제군수 선거에서는 한나라당 이순선 후보가 민주당 최상기 후보를 72표차로 신승했다. 이밖에 대구 서구청장, 충북 충주시장, 충남 서산시장, 경북 칠곡군수, 경남 함양군수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당선돼 집권여당으로서 체면치레를 했다. 전북 남원시장과 순창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경북 울릉군수는 무소속 최수일 후보가 당선됐다. 한나라당 추재엽 후보는 서울 양천구청장 선거에서 이겼다.

전체 투표율은 45.9%로 집계됐다.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보선 투표율은 48.6%였다.

손병호 김남중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