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 또 먹구름… 美 소비자 경기 체감 지표 40년래 최악
입력 2011-10-26 18:09
세계 경제가 또 기로에 섰다. 유로존 위기 상황에서 버팀목으로 여겨져 온 중국 경제에서 부정적 신호가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기 체감 지표는 4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중국 주요도시 집값 하락=중국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다. 주택 공급업자들은 집값을 계속 내리고 있지만 앞으로 더 떨어질 수 있어 실수요자도 매수를 미루고 있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인 차이나완커의 부사장 셜리 샤오는 25일 투자자와의 콘퍼런스콜에서 “상하이 등 주요도시에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6일 보도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려는 정부 정책 탓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선 부동산 공급업체가 집값을 절반가량으로 크게 내리자 최근 집을 구매한 사람들이 업체 측에 환불을 요구하는 소동이 일어났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급격한 경기침체 우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위스 은행 UBS의 왕 타오 연구위원은 “부동산 가격이 30% 하락할 경우 투자 감소로 수년 뒤 경기 경착륙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이 계속 낮아지면 세계 철강 및 구리 가격도 불안해진다.
부동산 가격 하락은 중국 지방정부를 도산 위험으로 몰고 갈 수 있다. 각 지방정부는 은행에 막대한 빚을 지고 있는데, 대부분 부동산을 담보로 돈을 빌렸다.
최근 중국의 가파른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경제전문가들은 부정적 시각을 표했다. 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으로 광역행정구역 31곳 중 21곳의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21.7%에 이른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중국산 저가제품의 비율이 감소 추세로 전환됐다고 UBS는 지적했다. 중국 정부는 빈부격차를 좁히고 내수를 촉진하는 차원에서 임금 인상을 독려해왔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은 수요 감소로 고통 받고 있는 기업을 더 힘들게 할 것이라고 경제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 소비자 체감 지표 급락=미국 경제도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미국 소비자들의 경기 체감 지표인 소비자신뢰지수가 이달 39.8을 나타냈다고 경제조사단체인 콘퍼런스보드가 발표했다. 지난달 46.4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FT는 2008∼2009년 경기침체기 몇 달을 제외하곤 최근 40년 동안 가장 낮은 수치라고 전했다.
콘퍼런스보드 측은 “기업 환경과 노동시장, 소득수준 전망 등에 대한 우려로 지수가 후퇴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시장도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대도시 20곳의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의 케이스-쉴러 지수(지난 8월 기준)는 1년 전에 비해 3.8%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3.5% 하락을 예상했었다. 미국의 평균 집값은 2006년 여름 정점을 찍은 뒤 지금까지 31% 가까이 하락했다. 지금은 2003년 중반과 비슷한 수준이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