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안철수 가세 대선 전초전 양상… 두 잠룡의 ‘생존 게임’

입력 2011-10-24 22:07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24일 무소속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 선거사무실을 전격 방문, 박 후보 지지 의사를 표명하며 선거전에 뛰어들었다. 이에 따라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그 결과에 따라 안 원장과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돕는 박근혜 전 대표 두 대선주자 중 한 명은 치명상을 입게 되는 ‘잠룡 서바이벌 게임’ 양상으로 치러지게 됐다.

안 원장은 오후 1시 안국동 선거사무실을 찾아 박 후보를 만난 뒤 “멀리서나마 계속 응원하고 있었고 응원을 드리러 왔다”며 “제가 항상 생각해 온 상식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데 변함이 없기 때문에 그런 판단을 기준으로 (시민들이) 선택을 하시기를 바라고, 시민들의 힘을 믿는다”고 밝혔다. 이어 투표 독려를 촉구하는 내용의 A4용지 2장 분량의 편지를 박 후보에게 건넸다.

그는 편지에서 미국 흑인민권운동의 계기가 된 1955년 ‘로자 파크스 사건’을 언급하며 “당시 변화를 이끌어낸 힘은 시민들의 참여였다”며 “우리는 지금 변화의 출발점에 서 있으며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저는 이른 아침에 투표를 할 건데 여러분도 함께 해 주시기를 간곡하게 청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와의 비공개 대화에서는 “투표율이 60% 이상이면 좋겠다”면서 거듭 투표 참여를 촉구했다고 박 후보 측 송호창 대변인이 전했다.

안 원장이 출정함으로써 박 전 대표는 대선주자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다. 특히 안 원장의 핵심 지지층인 젊은층 및 중도·진보성향 유권자와 박 전 대표를 적극 지지하는 중장년층 및 중도·보수성향 유권자 간의 ‘세대 및 정체성 대결’이 최대 관전 포인트로 부상했다.

때문에 서울시장 선거에서 누가 이기느냐에 따라 대선주자 지지도 역전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한 명이 큰 상처를 입어 대권 경쟁에서 한동안 밀려나는 상황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또 안 원장이 ‘새로운 변화’를 표방하고 나선 만큼 선거 결과가 기존 정당 질서를 변화시키고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 기조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박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칠곡군수 재선거 지원차 들른 경북 청도휴게소에서 기자들이 안 원장 선거지원 문제를 묻자 미소를 지으며 “오늘은 별 할 말이 없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안 원장이 선거에 뛰어들면서 선거전도 격해지고 있다. 나 후보 측 안형환 대변인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박 후보의 진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안 원장도 교수를 사퇴하고 검증 절차를 거치라”고 공격했다. 이에 민주당 이용섭 대변인은 “한나라당이 안 원장의 선거지원을 폄훼하고 비판하는 것을 보면 그 효과가 크기는 클 모양”이라고 반박했다.

두 후보 진영은 공식 선거운동 마지막 날인 25일 지지층의 투표 유도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정까지 시내 곳곳에서 총력 유세전을 펼칠 예정이다.

손병호 유성열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