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시편] 화해와 자정 능력 회복하자
입력 2011-10-24 18:02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께서 싸우시는 모습을 많이 봤다. 당시 작은아버지께서 사업을 하시다 실패하고 빚만 잔뜩 남기고 서울로 피해버렸다. 그러니까 장남인 아버지께서 좋은 전답을 팔아서 구속이 안 되게 급한 불을 꺼 주었다. 그 후로 어머니는 틈만 나면 아버지에 대한 불만과 한을 표현하기 시작했다. 어느 해는 비가 안 와서 어머니가 천수답을 호미로 파서 모를 심으면서 “썩을 놈의 형제간을 잘못 만나서 이 고생을 한다”며 울면서 넋두리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면 아버님은 기가 팍 죽어가지고 물지게로 물을 길어다 논에다 부으면서도 말 한마디도 못하셨다.
그런데 그렇게 순한 아버지도 어디서 공술만 드셨다 하면 어머니에게 괜히 시비를 건다. “어이, 대산댁은 대감 딸, 정승 딸이냐,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여자 한번 나와 봐.” 아버지가 술기운에 하시는 말이니까 어머니가 빨리 피해버리거나 살살 달래면 좋은데 “그려 나는 대감 딸, 정승 딸이여, 도도한 여자여, 어쩔 것이여!” 하고 오히려 더 큰 소리를 치셨다. 그러면 아버지는 차마 어머니를 때리지는 못하고 절구대를 가지고는 장독대로 가서 “이놈의 집구석 다 부서뜨려 버린다”면서 장 단지를 깨기 시작한다. 그러면 어머니는 더 드센 목소리로 “그래, 된장 간장 단지까지 다 깨라”며 소리를 치는 것이 아닌가. 그러면 아버지는 더 분을 못 참고 장 단지를 깨는 것이다.
그때 나는 아버지의 손을 붙잡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버지는 진짜 우리 집이 망하기를 바라시는 거예요? 이러시면 우리가 부모님께 뭘 배우겠어요.” 그제야 아버지는 막내 때문에 참는다며 장독 깨는 것을 멈추셨다. 그래도 우리 집안이 소망이 있었던 것은 아버지가 술이 깨고 나면 어머니께 먼저 사과를 하셨다. 그리고 그 싸움은 집안싸움으로 끝났다. 그런데 어느 집은 밤 11시까지 집안에서 싸움을 하다가 마을 회관 앞으로 나와서 동네방네 떠들며 싸운다. 그런 집안은 나중에 보면 완전히 파탄 나고 박살이 났다.
오늘 한국교회 현실이 그렇지 않은가. 왜 집안싸움을 집안싸움으로 끝내야지 사회 법정까지 옮기고 언론에까지 공개해서 치부를 드러내는가. 그것 때문에 얼마나 한국교회가 사회적 비난을 받고 전도의 문이 막히는지 모른다. 교회는 생명공동체이다. 교회 내부에 화해와 자정능력이 있다. 얼마든지 교회 안의 문제와 분쟁을 내부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한국교회여, 다시 아름다운 화해와 자정능력으로 돌아가자. 이것만이 살 길이다. 온갖 분쟁과 다툼으로 상처받고 훼손당한 교회의 영광성과 거룩성을 회복하는 길이다. 그럴 때 우리끼리 서로 기득권 다툼을 하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교계를 넘어 지역과 계층, 민족 화합을 위한 거룩한 화해의 중보자요, 민족의 희망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