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폐 연기’ 혹평 딛고 ‘사극 프린세스’ 등극… 영화·드라마 흥행 문채원

입력 2011-10-24 08:12


언젠가 탤런트 문채원(25)이 누구나 인정하는 ‘명배우’가 된다면, 어떤 이들은 그의 연기 인생 시작점을 데뷔 연도인 2007년이 아닌 2011년으로 규정할 수도 있겠다. 올해 영화 ‘최종병기 활’, 드라마 ‘공주의 남자’에서 문채원이 보여준 연기는 그만큼 빛이 났다.

특히 ‘공주의 남자’에서 보여준 모습이 놀라웠다. 방영 초기 문채원은 극 분위기와 동떨어진 연기로 ‘민폐 연기’라는 혹평에 시달렸다. 하지만 배역에 동화돼 감정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여론은 반전됐다. 매주 방송이 끝나면 그의 연기를 호평하는 목소리가 온라인 공간을 가득 채웠다.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서 문채원을 만난 건 제48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 다음 날인 지난 18일. 그는 전날 시상식에서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시상식장에서 이름이 호명될 때 기분을 물었더니 “하늘이 노랬다”며 수줍어했다. “제가 너무 (수상소감 말할 때) 횡설수설하는 바람에 중요한 얘기를 못 했어요. ‘최종병기 활’이 사랑 받은 건 관객 때문인데 관객들한테 감사하다는 말을 못했으니….”

최근 종영한 ‘공주의 남자’를 놓고 대화가 이어졌다. 드라마는 원수지간인 김종서(이순재)와 수양대군(김영철)의 아들과 딸이 사랑에 빠진다는 설정의 픽션 사극. 지난 6일 종영 당시 시청률이 24.9%(AGB닐슨미디어리서치)까지 치솟았을 만큼 인기가 대단했다. 문채원은 수양대군의 딸 세령을 연기했다.

드라마 초반 연기력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었던 배경도 들을 수 있었다. 세령이가 어떻게든 주목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과욕을 부렸던 게 문제였다.

“(현대극과 달리) 사극은 (연기를) 눌러서 해야 하는 게 있잖아요. 그런데 세령이라는 캐릭터가 관심 끌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강해 연기가 튀어버렸던 거죠. 동료들한테 너무 너무 죄송했어요.”

문채원은 드라마 4회가 나간 뒤부터는 인터넷을 멀리 했다. ‘욕을 먹더라도 (인터넷이 아닌) 촬영 현장에서 먹자’는 생각으로 종영까지 연기에만 집중했다. 그는 “세령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니까 (상대역인) 승유(박시후)가 진짜 좋아졌다. 승유 옆에만 계속 있고 싶었다”고 했다.

문채원은 서울 선화예고를 졸업하고 추계예대 서양화과에 진학한 미술학도였다. 하지만 배우의 꿈을 놓을 수 없어 한 학기만 다니고 휴학, 오디션을 보러 다니며 연기의 꿈을 좇았다. 2007년 드라마 ‘달려라 고등어’로 데뷔했고 이듬해 ‘바람의 화원’으로 얼굴을 알렸다. 올해 들어서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연타석 홈런을 날리며 명실상부한 톱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하지만 그는 ‘톱스타’라는 단어가 나오자 기겁을 했다. “누가 톱스타래요?”라고 반문하며 토끼 눈이 됐다. 인터뷰 내내 굉장히 말이 느렸는데, 이 대목에서만 유일하게 말하는 속도가 빨랐다. 인터넷 등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자신의 인기를 실감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박지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