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풍경-서울 수표교교회] 김고광 목사가 말하는 갈 길

입력 2011-10-23 18:18


“한국 교회 성숙해지려면 목회자 제자리찾기 관건”

“2000년대부터 교회 성장이 정체됐다고 하지만 그 자체는 위기가 아닙니다. 문제는 한국교회가 성장에 따른 책임이라든지 시대변화에 발맞춰 나갈 방향을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한국교회 위기의 원인을 묻자 서울 서초동 수표교교회 김고광 목사(69·사진)는 이같이 답했다. 김 목사는 “성숙으로 가려면 성장의 주역들이 책임을 고민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며 “고민 없는 성장이 하나님의 축복으로 포장됐을 때부터 한국교회의 많은 목사들이 성공제일주의에 사로잡혔다”고 지적했다.

김 목사와 수표교포럼위원회 위원장이자 사회학자인 이재열(50·서울대 사회학과)교수는 포럼 준비로 여념이 없었다. 두 사람으로부터 한국교회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김 목사는 무엇보다 ‘목회자의 제자리 찾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위기의 장본인인 목회자가 영성을 회복하는 동시에 교단과 신학교가 제도적으로 개선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시대가 변하면 이에 맞게 신학교가 목회자들에게 필요한 자질을 교육해야 하는데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옛날 방식을 답습하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교회와 사회의 현실을 고민하는 목회지망생들이 점차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성장 이후의 한국교회 미래와 관련해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 자기성찰과 거룩함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그간 한국교회의 성장은 우리 사회와 참 닮은 꼴”이라며 “한국 사회와 교회가 동일하게 ‘성장의 역설’이란 문제점을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고도성장을 거쳐 우리 사회는 풍요롭지만 갈등과 경쟁이 심해지는 ‘분노하는 사회’가 됐다. 이는 교회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어느 정도 성장이 지나면 소셜 퀄리티(사회의 질)가 사회의 행복을 결정하듯 교회도 규모보다 성찰하고 거룩함을 지향하는 질적 성숙의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교수는 “한국의 대형교회는 대기업과 비슷한 특징이 있다”며 “리더십 전승이 어려운 성장형 모델의 한계가 바로 그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개인의 카리스마와 능력에 의존한 조직이 제도화되면 엄청난 불안정성을 일으키는데 교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이제 교회는 한 사람의 리더십 대신 목회 리더십이 전승되는 구조가 제도화 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