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에 수록된 설화들 시리즈 연극으로 재탄생

입력 2011-10-23 17:36


각종 구전과 야사의 보물창고인 고려시대 역사서 ‘삼국유사’가 시리즈 연극으로 만들어진다. 국립극단 손진책 예술감독은 21일 통화에서 “‘삼국유사’를 극화하는 것을 국립극단의 장기 프로젝트로 구상하고 있다”며 “우선 내년도 공연을 기획 중”이라고 밝혔다. 국내 극단에서 민속 설화를 바탕으로 연극을 제작한 경우는 심심치 않게 있었지만, 한 권의 역사서에 수록된 여러 설화를 다년간의 장기 프로젝트로 기획하는 것은 처음이다.

국립극단은 그간 뱀신랑설화를 모티브로 한 ‘지하생활자들’을 기획, 공연하는 등 한국 설화를 무대에 올리는 작업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이른바 ‘삼국유사 프로젝트’도 그 일환이 될 전망이다. 이 극단 심재찬 사무국장은 “일단 내년도에는 삼국유사 중 5∼6편의 작품을 선별해 올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기획에 참여하는 연출가들은 ‘지하생활자들’의 김광보 연출, 고연옥 작가 콤비를 비롯해 이성렬 오태석 박상현 최용훈 박근형 등 국내를 대표하는 연출가·작가들이다.

손 예술감독은 “우리나라의 창작 희곡 유산은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적은 편”이라며 “국립극단으로서 우리 소재를 바탕으로 오래 남을 수 있는 희곡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이번 기획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립극단은 (희곡 유산을 남기는) 그런 일도 해야 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삼국유사 프로젝트’의 첫 작품은 이르면 내년 3월쯤 관객들에게 첫선을 보일 예정. 현재는 내년도 극화 대상이 될 이야기를 선별하고 시놉시스를 완성하는 준비 단계에 있다. 장기 프로젝트인 만큼 2013년과 2014년에도 잇달아 새로운 작품이 나올 전망이다.

손 예술감독은 “국립극단은 삼국유사 시리즈 공연을 통해 우리나라 고유의 이야기를 극화하는 작업을 연극계의 새로운 흐름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국립극단 관계자는 “내년도 이후 국립극단이 ‘삼국유사 프로젝트’만 한다는 것은 아니고 다른 공연도 예년처럼 진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