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형의 ‘문화재 속으로’] (90) 일본 궁내청 의궤의 귀환

입력 2011-10-23 17:30


지난 19일 한국을 방문한 노다 요시히코 일본 총리가 일제강점기에 수탈한 우리 도서 가운데 5책을 이명박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함으로써 일본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 등 1205책의 귀환이 시작됐습니다. 이번에 귀환한 5책은 조선왕조 역대 임금의 시문집을 엮은 ‘열성어제’ 중 정조 편인 ‘정묘어제’ 2책과 ‘대례의궤’ 1책 및 ‘왕세자가례도감의궤’ 2책이랍니다.

‘정묘어제’는 조선왕조 500년 중에서 문화를 가장 융성하게 했던 정조의 시문집이라는 점과 이번 귀환으로 국내 소장 ‘열성어제’와 함께 온전한 모습을 갖추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대례의궤’는 1897년 10월 12일 고종이 환구단에서 대한제국을 선포하고 황제로 즉위한 과정을, ‘왕세자가례도감의궤’는 순종의 왕세자 시절 결혼식을 각각 기록했지요.

11월 중순까지 한국으로 돌아올 궁내청 보관 우리 도서 150종 1205책 중에는 초대 조선통감을 지낸 이토 히로부미가 반출한 것이 66종 938책에 이른답니다. 책 수로 따지면 이번 반환도서 중 80%에 이르는 분량이지요. 이토가 1906∼1909년에 반출한 우리 도서 전체 규모는 77종 1028책으로, 그의 사후에 궁내청으로 들어간 것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토 반출 도서 중 1965년 ‘한일문화재협정’에 따라 11종 90책이 반환돼 그가 반출한 도서는 이번에 전량 환수되는 셈이랍니다. 여기에는 ‘무신사적(戊申事績)’ ‘을사정난기(乙巳定難記)’ ‘갑오군정실기(甲午軍政實記)’ ‘경세보편(經世補篇)’ 등 국내에선 아예 종적을 감춰버린 유일본 6종 28책도 포함돼 있어 이토가 반출한 도서의 가치는 값으로 따지기 어렵답니다.

또 국내에 동일한 종류의 책이 있지만 판본이 다르거나 일부만 전하는 것으로, 반환되면 전질이 될 수 있는 도서는 ‘영남인물고(嶺南人物考)’ ‘여사제강(麗史提綱)’ ‘동문고략(同文考略)’ ‘국조통기(國朝通紀)’ 등 7종 180책이랍니다. 조선시대 마지막 법전인 ‘대전회통(大典會通)’과 우리나라의 역대 문물제도를 정리한 일종의 백과사전인 ‘증보문헌비고’ 등도 귀환을 앞두고 있습니다.

책과 권을 혼동하시는 분이 많은데 요즘의 낱권에 해당되는 것은 책이요, 장(章)이나 챕터에 가까운 것은 권이랍니다. 따라서 1책은 여러 권으로 구성된다고 하겠습니다. 궁내청 소장 조선왕실의궤의 경우 프랑스 파리도서관이 보관하다 한국에 영구 임대한 의궤처럼 임금 열람용은 없고 전부 분산 보관용이지만 그렇다고 가치가 퇴색되는 것은 아닐 겁니다.

우리 도서가 전부 들어오면 환영행사와 국립고궁박물관 전시를 거쳐 보관 장소로 옮겨지게 됩니다. 이를 두고 오대산 사고본 의궤 44종 81책을 원래 있던 강원도 월정사에 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지 않습니다. 문화재 제자리 찾기라는 점에서 수긍이 가지만 100년 만에 귀환한 유물의 안전한 관리와 원활한 전시를 위해서는 국가기관에 두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요.

문화생활부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