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불황에… 묻지마 ‘좀도둑’ 극성
입력 2011-10-21 18:52
불경기가 이어지면서 좀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배수로 덮개에서 공구가방, 운동화까지 돈이 된다면 무엇이든 이들의 표적이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배수로 덮개를 훔친 혐의(절도)로 택배기사 김모(47)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21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 11일 오전 8시40분쯤 서울 반포동 아파트에서 택배 배달을 마친 뒤 지하주차장에 있던 배수로 덮개를 훔치는 등 1주일 동안 100개에 달하는 배수로 덮개를 도둑질했다. 배수로 덮개는 철근으로 돼 있어서 고물상에 개당 4만원 정도를 받고 팔 수 있다.
수리공의 공구가방도 털렸다. 서울 동작경찰서는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고치던 수리공의 가방과 디지털카메라를 훔친 일용직 노동자 김모(52)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김씨는 지난 14일 오전 10시45분쯤 서울 지하철 7호선 신대방삼거리역에서 엘리베이터를 수리하던 하모(34)씨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공구가방을 들고 달아났다. 가방엔 전기드릴 2개가 들어 있었다.
고시촌 원룸에 침입해 운동화를 들고 나온 20대 남성도 있다. 식당에서 일하는 김모(23)씨는 지난 8월 29일 오전 1시50분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회사원 김모(23)씨 자취방에 몰래 들어갔다. 김씨는 피해자 김씨가 자는 사이 지갑 속 현금 20만원과 함께 현관에 있던 운동화를 들고 나왔다. 서울 관악경찰서는 21일 김씨를 절도 혐의로 입건했다.
건설자재도 인기 있는 절도 품목이다. 지난 19일 강원도 홍천경찰서는 고속도로 건설현장에서 자재를 훔친 혐의(특수절도)로 김모(49)씨와 이모(53)씨를 구속했다. 김씨 등은 지난해부터 홍천과 충남 아산 등지의 고속도로 건설현장을 돌며 비계파이프 100개와 유로폼(거푸집) 200개 등 1000만원 상당의 자재를 훔쳤다. 이들은 “생활비를 마련하려고 훔쳤다”고 진술했다. 부산 강서경찰서는 일하던 공사장에서 300만원어치의 철근자재를 빼돌려 되판 김모(48)씨를 입건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경기가 나빠지면서 쉽게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물건을 대상으로 한 절도가 늘고 있다”며 “1997년 외환위기 때와 2008년 금융위기 때도 이런 현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