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스, 수술 지연으로 치료시기 놓쳐… 맞춤형 치료 위해 DNA 염기서열 분석까지 시도
입력 2011-10-21 18:41
지난 5일 사망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췌장암 치료를 위해 DNA 염기서열 분석까지 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24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간될 잡스의 공식 전기를 뉴욕타임스(NYT)가 사전 입수해 2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잡스는 맞춤형 치료를 위해 DNA 염기서열 분석을 하자는 의료진의 충고를 받아들였다. 비용이 10만 달러(약 1억1500만원)로 전 세계에서 이를 택한 사람은 20명밖에 안 된다고 한다.
잡스는 2003년 10월 암을 진단받았지만 수술을 하지 않았다. 살을 찢고 몸을 여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기 때문이라고 그의 아내 로렌 파월은 털어놨다. 잡스는 평소 자신이 만든 전자기기도 소비자가 뜯어 내부를 보는 것을 병적으로 싫어했다. 애플 아이폰 배터리가 탈착식이 아닌 이유도 이 때문이다.
가족, 친구, 회사 동료 등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수술을 권했지만 잡스는 그때마다 화를 냈다고 한다. 잡스는 결국 이듬해 7월 수술을 받았지만 9개월 동안 증세는 더욱 악화됐다. 잡스는 그동안 한방과 침술, 과일주스 등 대안치료에 의존했다.
잡스는 수술을 받기로 결정하고 나서는 엄청난 열정을 보였다고 한다. 새로운 치료법까지 파악하는 등 암에 관한 전문가가 됐지만 이미 때를 놓친 뒤였다. 전기를 쓴 월터 아이작슨은 “잡스가 이후 수술을 미룬 사실을 후회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전했다.
잡스는 1980년대 실리콘 밸리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던 생부 압둘파타 존 잔달리를 여러 차례 만난 적이 있지만 당시에는 자신의 아버지인줄 몰랐다. 생부임을 알고 나서는 전혀 연락을 하지 않았다.
잡스는 구글이 아이폰에 대항할 스마트폰 운영체제 안드로이드를 개발하자 2008년 구글 창업주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과 고성을 지르며 싸운 적도 있다. 잡스는 안드로이드를 ‘훔친 물건’으로 불렀다.
죽음을 앞두고는 지인들과 부부동반으로 자주 만났는데 이 가운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 부부도 있었다. 잡스와 게이츠는 “결혼을 잘해 운이 좋았다”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