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체크카드 활성화 발언… 가계 빚·연체율 동시 해결 묘수?

입력 2011-10-21 21:20


“기댈 만한 곳은 체크카드밖에 없다.”

연일 확산되는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논란으로 골머리를 앓는 금융당국이 최근 체크카드에 올인하고 있다. 체크카드는 수수료가 1%대로 신용카드보다 낮고 적립한 현금만 사용할 수 있어 가계부채 및 연체율 문제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황금 카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지간한 유인책에도 체크카드 이용실적이 늘지 않아온 이유를 좀 더 분석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21일 체크카드 소득공제 추가 확대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것은 또 다른 유인책이다. 기획재정부가 내년에 체크카드 소득공제 비율을 25%에서 30%(소득 25% 초과분)로 확대한 것이 불과 한 달여 전인데도 또 추가 대책을 언급한 것은 어떻게든 체크카드의 이용실적을 늘려보겠다는 의지가 강하다는 방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체크카드 발급은 2008년 5557만장에서 지난해 7674만장으로 늘어났다. 올해 들어 6월까지 발급 장수는 8418만장으로 같은 기간 신용카드 발급 8936만장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

문제는 이용실적이다. 신용카드 이용대금 대비 체크카드 이용대금 비율은 2008년 6.02%에서 지난 상반기 11.86%로 늘어나는 데 그쳤다. 금감원 관계자는 “최근에는 은행 현금카드에 체크카드 기능이 부가된 경우가 많아 발급 장수가 급증했지만 실제 사용은 소액결제 위주”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체크카드에 신용카드 못지않은 포인트와 할인 혜택, 서비스를 부여하도록 하는 등 이용실적을 늘리기 위한 여러 방법을 써 왔다. 그럼에도 실적 증가율이 미미한 것은 소비자들이 신용카드 사용에 익숙해져 있는 데다 체크카드로는 할부 구매가 안 되고 교통카드 기능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회사원 권정민(34·여)씨는 “체크카드를 가지고 있지만 백화점 3개월 무이자 할부가 되고 후불제 교통카드 기능이 있는 신용카드를 주로 쓰게 된다”고 말했다.

신용카드 사용자가 체크카드로 갈아타려면 이미 쓴 대금을 갚은 뒤 통장에 다음 달 사용액만큼의 잔고가 남아야 한다는 점도 문제다. 최근 금감원은 신용카드사들에 “체크카드로 갈아타기를 원하는 이용자의 1~2개월 치 신용 구매 대금을 분할 상환케 하거나 낮은 이자로 빌려주는 방안을 강구하라”고 권고하기도 했다. 그러나 카드사들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실제 이행되지는 않았다.

계열 은행이 없는 전업계 카드사가 체크카드 마케팅에 소극적인 것도 문제다. 은행에 결제망 이용료로 건당 0.2~0.5%의 수수료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전업계 카드사 관계자는 “은행이 계열 카드사에만 수수료를 우대해 주는 점이 시장 진입 장벽으로 작용한다”면서 “이 점만 개선돼도 체크카드가 보다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황세원 기자 hwsw@kmib.co.kr